자영업자·근로자 모두 불만 토로
김밥집 주인 “인력 감축도 고민”
알바생 “한끼 해결하기도 버거워”
“영세 사업장 목소리 반영 해야”
소상공인聯, 결정방식 변경 촉구
2026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2.9%(290원) 오른 1만320원으로 결정됐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현장의 노동자나 임금을 주는 자영업자 모두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서 해마다 거듭되는 파행에도 올해는 노사가 이례적인 합의를 이뤄냈지만, 현장의 노동자와 사업주 모두에게서 불만을 사게 된 것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현장의 근로자들은 치솟는 물가가 최저임금에 반영되지 못했다고 토로했고, 자영업을 하는 사업주들은 불경기에 임금 부담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공익위원이 결정하는 최저임금 논의 방식에 대한 불만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은 13일 한목소리로 내년도 최저임금에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최저임금에 임금이 좌우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이번 인상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한모(26)씨는 “최근 한 달 사이 우리 매장의 물건 가격이 200∼300원씩 올라서 가격표도 다 바꿔 달았다”며 “대학원을 다니며 다른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데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인상 폭은 작년보다 크지만 막상 나가는 돈을 생각해 보면 이번은 오히려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최근영(26)씨도 “아르바이트로 한 달에 80만원 정도 벌고 있는데 먹고 생활하는 비용으로 다 나간다”며 “월세는 부모님이 내주고 있는데 지원이 없었다면 취업 준비는 진작에 그만뒀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1만원 가지고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워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 아니면 웬만하면 밖에서 밥을 사 먹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상승이 또다시 물가상승을 낳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울산의 직장인 남모(29)씨는 “이번 정부가 기대한 것보다 덜 올린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임금상승이 물가에 반영이 된다고 본다.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했을 때 외식비가 확 오르는 걸 체감했다”며 “물가가 상승했다고 무조건 최저임금을 올리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보장하는 최저임금 제도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사업자의 부담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의 40대 자영업자 이모씨는 “사실 자영업자도 힘든데 너무 많은 의무와 책임을 주는 것 같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주휴수당이나 휴일수당, 연차수당 같은 각종 수당도 오르는데 부담이 된다”며 “부담을 덜려고 일할 사람을 뽑기보다 가족들로 일손을 채우다 보니 자영업자의 근로조건은 악화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만 잘 나오면 괜찮겠지만 지난해부터 경기가 안 좋다고 느껴져서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위축되는 자영업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상으로 인력 감축을 고민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서울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강명수(40)씨는 “퇴직금을 고려하면 차라리 기계를 들인다든지 주방 동선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식으로 공사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며 “아르바이트생이 대여섯 명인데 최저임금에 퇴직금까지 다 고려하면 인상 폭이 크다. 경기가 많이 안 좋은 만큼 적어도 동결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11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지원 대책과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을 요구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본부장은 “비정규직으로 직원 한두 명 두고 있는 영세 사업장의 경우 지금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데 이마저도 고용이 어렵게 됐다”며 “최저임금위원회를 구성하는 노·사·공 어디도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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