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편, 그게 될까요. 안 될 거라고 봅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전원회의를 누구보다 가까이 지켜본 노동계 관계자는 회의적이었다. 지난해 7월 올해 최저임금이 결정되자마자 최저임금 개편 논의가 일었을 때다. 당시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심의 종료 뒤 고용노동부 중심으로 제도 개편 논의를 주문했고, 고용부는 3일 뒤 논의체 구성 계획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그 결과에 대한 수용성도 얼마나 떨어지는지 잘 아는 그였기에 냉소적인 반응이 의아스럽게 느껴졌다. 섣부른 낙담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장관이 직접 의지를 표명했는데, 변화가 있지 않겠냐는 반문에 그는 “기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견은 하나도 비껴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가 발족해 5월 최임위를 전문가로만 구성하자는 등 개선안을 내놨지만 거기까지였다. 제도개선에 대한 노사 합의, 법 개정 등을 남겨둔 채 내년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객관적 지표 부재’, ‘노사 대립 심화’ 등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번에도 갈등은 반복됐다. 17년 만에 표결이 아닌 노사 합의라는 점을 고려해도 정도의 차이일 뿐 후폭풍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에 반발해 민주노총 위원 4명이 회의장을 떠났고, 타결 뒤에도 민주노총 측은 공익위원 전원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16일과 19일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총력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제도개선은 2019년에도 구체화했지만 노사 이견에 좌초됐다. 이런 역사가 쌓여 최임위를 오래 지켜봐 온 사람일수록 지금의 결정구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비관한다. 하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것이 뻔한 상황을 두고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최임위 역사상 올해는 다소 이례적인 합의를 이룬 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표결이냐 합의냐’는 노사의 협상 전략에 따라 갈리는 선택지일 뿐이기도 하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 후보자 역시 “최저임금 결정에 대한 피로도가 높다”고 지적하며 결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부디 ‘검토’에만 그치지 않고, 논의 진전을 이루길 기대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