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충남·제주서 릴레이 간담회
“왕수박의 길, 내가 왜 걷겠나”
朴, 광주 이어 PK 훑으며 총력
‘李 대통령 당선증 보관’ 언급도
친명 대결에 대중 관심은 저조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심’ 공략을 위한 정청래·박찬대 후보(기호순)의 발길이 분주하다. 후보 등록 후 첫 주말인 12∼13일 정 후보는 충남·대전·제주를, 박 후보는 충남·광주·PK(부산·울산·경남)를 오가며 당원 중심 공약을 쏟아내는 등 당심 구애전에 나섰다. 두 후보는 숨 가쁜 일정 속에서도 유튜브 방송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진짜 명심할 것은 국민과 당원 마음”(정 후보), “센 말만으론 안 된다”(박 후보) 등 은근한 신경전도 주고받았다.

여론조사상 우위를 보이고 있는 정 후보는 ‘강력한 당 대표’를 전면에 내걸고 당원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충남 금산 출신인 정 후보는 지역 연고를 앞세워 전날 충남권 표심을 두드린 데 이어 이날 제주를 찾아 당원 간담회를 세 차례나 열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통령 지지로 고소·고발당한 당원 등 지원 △당대표 직속 민원실 개설 △선출직평가위원회 공정 운영 등 당원 호응도가 높은 공약들을 연달아 올리며 당심 굳히기에 돌입했다.
‘골든 크로스’(지지율 역전)를 자신하는 박 후보는 ‘서번트 리더십’을 내세우며 당심 공략에 총력을 쏟고 있다. 전날 충남과 광주를 찾은 박 후보는 이날 PK를 오가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박 후보는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제도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며 “대통령과 정부, 공공기관 간의 유기적인 협업 체계 구축이 절실한 만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엔 △권리당원 투표 확대·참여 강화 △국회 상임위별 당원주권 자문위원 임명 추진 △대의원 및 권리당원 1인1표제 등을 약속하며 당심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두 후보는 SNS를 통한 ‘명심’(이 대통령의 의중) 홍보도 잊지 않았다. 정 후보는 자신을 향한 ‘수박’(비이재명계 멸칭)이라는 일각의 비판을 두고 “제가 수박농사 지어봐서 잘 안다. 그 어려운 왕수박의 길을 제가 왜 걷겠나”라며 적극 항변했다. 박 후보는 이 대통령의 당선증을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했다.
2파전이 치열해지며 ‘명심’을 두고 미묘한 신경전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전날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명심’이 박 후보에게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라며 “명심을 자꾸 얘기하는데 진짜 명심할 것은 국민, 당원의 마음이다. 지금 당원들이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같은 날 페이스북에 내란 종식, 검찰·사법·언론개혁을 거론하며 “센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정 후보를 겨냥한 견제구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일부 지지층을 제외하면 이번 전당대회를 향한 대중적 관심이 많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19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순회 경선이 시작되지만 친명(친이재명) 양자 대결인 데다 최고위원 후보로는 초선 황명선 의원이 단독 출마하면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선거’가 됐다는 것이다. 정·박 후보 모두 당원 중심의 비슷한 공약을 내걸면서 차별화가 어려운 점도 이번 선거의 특징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지금 당원들은 특검 수사나 이재명정부 첫 내각을 구성할 장관 인사청문회에 더 관심이 많다”면서 “두 후보 중 누가 돼도 괜찮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상으로는 정 후보가 앞서가는 가운데 박 후보의 역전이 펼쳐질지가 앞으로의 흥행 판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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