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고문·처형 등 자행 장소
1970년대 캄보디아를 통치한 크메르루주 정권이 집단학살을 자행한 장소인 ‘킬링필드’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유네스코는 1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뚜얼슬렝 대량학살 박물관, 초응엑 대량학살 센터, ‘M-13’ 교도소 세 곳을 세계유산으로 선정했다. 등재가 1975∼1979년 4년간의 통치 중 기아와 고문 및 대량 처형으로 약 170만명의 캄보디아 국민을 학살한 크메르루주 공산정권 집권 50주년에 맞춰 이뤄져 눈길을 끈다.

킬링필드 중 가장 잘 알려진 장소인 프놈펜의 뚜얼슬렝 대량학살 박물관은 ‘S-21’이란 이름으로 불렸고, 약 1만5000명이 수감돼 잔혹한 고문을 당해 악명 높은 곳이다. 고등학교 건물이 교도소로 활용됐으며, 지금은 학살의 증거와 피해자들의 사진이 보관된 역사박물관으로 쓰인다. 프놈펜에서 남쪽으로 약 15㎞ 떨어진 초응엑 대량학살 센터는 처형 장소와 집단무덤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이곳은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사진기자 디스 프란과 시드니 샨버그 특파원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1984년 영화 ‘킬링필드’가 촬영된 곳이다. 캄보디아 중부의 한 시골 지역에 위한 M-13 교도소는 크메르루주 집권 초기 주요 감옥으로 활용됐다.
크메르루주는 1975년 4월17일 프놈펜을 점령하고 거의 모든 도시민들을 시골로 강제 이주시켰다. 이들은 안경을 착용했다는 이유로 반(反)혁명분자로 몰아 죽이는 등 자국민 20∼30%를 살해하는 잔혹한 통치를 하다가 1979년 이웃 베트남의 침략으로 정권이 무너졌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는 “이번 (세계유산) 등재가 평화는 항상 수호돼야 함을 지속적으로 일깨워 주는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며 “역사의 가장 어두운 장에서 우리는 인류의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놈펜 캄보디아 문서센터의 유크 창 사무총장은 “캄보디아가 아직도 대량학살, 고문, 대량학살의 고통스러운 유산과 싸우고 있지만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캄보디아인들과 다른 세대들의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만든 찬란한 문화유산이나 뛰어난 경관을 가진 자연유산을 세계유산에 주로 등재하지만 반복되어서는 안 될 끔찍한 역사를 가진 곳도 등재해 경계로 삼는다. 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 핵무기의 무서움을 일깨우는 일본 히로시마 원폭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킬링필드의 등재가 같은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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