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핵심 권한인 금융 규제 권한과 금융사 단독 검사권을 넘겨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외환위기 전 한은 산하에 있던 ‘은행감독원’의 검사 기능을 되찾고 비은행 기관까지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2일 한은 등에 따르면 한은은 거시건전성 정책수단을 보유하고, 금융안정 기구 내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안정 정책 체계 개편안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전달했다.

한은은 국정위에 “한은에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의 이중 책무가 부여돼 있으나, 금리 이외에 금융불안에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확보돼 있지 않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은은 먼저 금융위의 신용·자본·유동성 등의 규제 권한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담보인정비율(LTV), 시스템리스크완충자본(SRB) 등의 규제 결정권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20년 넘게 한 번도 줄지 않았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왜 생겼나”라며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유기적으로 가야 하는데 그런 메커니즘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은이 목소리를 높여서 거시정책을 강력하게 집행하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국정기획위에 이 총재가 금융안정 협의체 의장을 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두 번째는 금융기관 단독 검사권 확보다. 현재 한은은 금감원에 금융기관 검사와 공동 검사를 요구할 수만 있다. 레고랜드 사태, 새마을금고 대규모 인출 사태 등이 잇따르면서 비은행 기관의 리스크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따라 한은이 비은행 기관을 상시 감독하며 관련 리스크에 선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조직개편과 수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조직이 동요하고 있으며, 금융권 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수장 공백 속에 제4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심사는 기한 없이 연기되고,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새 정부 공약 사항을 논의해야 할 가상자산위원회도 5월 초 이후 개점휴업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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