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학 학사 정상화 진통 불가피
원칙 지키면서 현실적 해법 찾길

윤석열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대해 지난해 2월부터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17개월 만에 전원 복귀를 선언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그제 국회 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대한의사협회와의 공동 입장문에서 “국회와 정부를 믿고 학생 전원이 학교에 돌아가 의대 교육 및 의료체계가 정상화되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구체적 복귀 시점과 방식을 밝히지 않은 조건부 복귀 결정이지만, 500일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을 푸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정 갈등의 또 다른 핵심축인 전공의들도 오늘 국회와 간담회 후 복귀 일정을 밝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이달 말 의대의 미복귀 의대생 학사 처분을 앞둔 현실적인 선택이자,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현재 유급 처분 대상은 8300여명, 제적 대상 인원은 총 46명이다. 의대생들은 정부에 “학사 일정 정상화를 통해 의대생들이 교육에 복귀할 수 있도록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 “전 정부의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의료 현장의 피해 복구와 중장기적인 교육 및 수련 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당사자들의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가 “사과 없는 복귀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고 했듯이 환자·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반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문제는 각 대학의 학사 정상화까지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이미 복귀해 수업을 받는 학생들과의 형평성, 의대 교육의 질 하락, 학사 유연화 정책에 대한 국민적 반감 등 풀어야 할 난제가 수두룩하다. 전공의·의대생들에게 복귀 길을 터주는 과정에서 정부가 내놓을 조치들은 또 다른 특혜 논란을 낳을 게 뻔하다. 지난해 의대생 집단 유급 방지를 위해 실시한 학사 유연화 조치도 “원칙을 어긴 특혜”라는 비난을 샀다. 원칙을 지키면서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1년5개월간의 의료공백으로 환자·국민의 불편과 의료 현장의 고통은 극에 달했다. 윤 정부가 명확한 근거 없이 ‘의대 정원 2000명’을 밀어붙인 책임이 크지만, 의료계 역시 장기 대치를 한 책임이 적지 않다. 정부의 복귀 호소에도 일부 전공의·의대생들은 이기적인 행동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다. 의대생 복귀로 의·정 갈등을 끝낼 계기가 마련된 만큼 이젠 의료 정상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는 실효성 있는 로드맵을 갖고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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