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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대주의 희생양 佛 드레퓌스 기리는 국가 기념일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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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3 09:00:54 수정 : 2025-07-13 09:00:54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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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계 90주년 맞은 7월12일 전격 발표
마크롱 “정의 승리 기리고 증오 맞서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프랑스에 만연했던 반(反)유대주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알프레드 드레퓌스(1859∼1935)를 추모하는 국가 기념일이 생긴다. 1894년 터져 1906년까지 이어진 이른바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 군부의 치부를 덮기 위해 유대인 장교를 희생양으로 삼은 흑역사로 기억된다.

 

알프레드 드레퓌스(1859∼1935). 프랑스 육군 장교로 유대인인 드레퓌스는 1894년 ‘독일군의 첩자’라는 누명을 쓰고 붙잡혀 1899년까지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게티이미지 제공

12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앞으로 매년 7월12일에 드레퓌스 그리고 정의의 승리를 기리고 증오와 반유대주의에 맞서 진실을 옹호하기 위한 추모식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1935년 7월12일 7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드레퓌스 별세 90주기였다.

 

제1회 추모식은 2026년 7월12일에 열릴 예정이다. 마크롱은 프랑스 최고 법원이 드레퓌스의 무죄를 확정한 1906년 이후 120주년이 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밝혔다.

 

드레퓌스는 1859년 독일과의 접경 지역인 알자스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가 11세이던 1871년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에서 프랑스가 졌다.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출범한 통일 독일 제국은 패전국 프랑스로부터 알자스·로렌 두 지역을 강탈했다. 이에 드레퓌스 가족은 독일 점령지에 남는 것을 피해 스위스로 건너갔다가 다시 파리로 이주했다.

 

1880년 프랑스의 명문 대학교들 중 하나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졸업한 드레퓌스는 육군 소위로 임관했다. 포병 병과인 그는 장교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1885년 중위, 1889년 대위로 각각 진급했다.

 

드레퓌스는 육군본부에서 근무하던 1894년 10월 갑자기 방첩 부대에 붙잡혀 간첩 혐의로 기소됐다. 독일군에 프랑스 육군의 기밀 정보를 넘겼다는 혐의였는데, 제시된 증거 등에 비춰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았다. 드레퓌스는 군사 법정에서 결백을 호소했으나 끝내 유죄가 선고됐다. 그는 최악의 유배지로 꼽히는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일 뒤 디아블’(악마 섬)의 교도소에 수감됐다.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앞바다에 있는 악마섬. 19세기 중반부터 1953년까지 프랑스의 정치범 등 중범죄자들 가두는 유배지로 쓰였다. 알프레드 드레퓌스도 이곳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위키피디아

프랑스 지성계는 드레퓌스를 반유대주의의 희생양으로 지목해 구명 운동에 나섰다. 1871년 독일과의 전쟁에 패배한 뒤 프랑스 군부는 그 책임을 전가할 대상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유대인이자 독일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알자스 출신인 드레퓌스가 딱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대문호 에밀 졸라는 1898년 신문에 기고한 ‘나는 고발한다’라는 글에서 “누구도 진실의 행진을 멈출 수 없다”며 프랑스 군부와 사법 당국을 질타했다.

 

그러는 사이 독일군에 기밀 정보를 유출한 진범은 페르디낭 에스트라지 소령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1899년 드레퓌스는 대통령의 특별사면으로 악마섬에서 풀려나 본국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1906년에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하지만 오랜 유배 생활에서 건강이 악화한 그는 이듬해인 1907년 군복을 벗었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드레퓌스는 소령 계급으로 육군에 복귀해 독일군과 싸웠다. 프랑스 정부는 1차대전 종전 이듬해인 1919년 그에게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했다. 올해 드레퓌스 타계 90주기를 맞아 프랑스 의회는 지난 6월 고인에게 장군(준장)으로의 특별 진급을 추서했다. 고인의 증손주들은 이날 언론에 “(국가 기념일 지정은) 젊은이들이 프랑스 역사를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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