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인 삶이 생생히 깃든 바위 그림,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우리나라 17번째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의 두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정식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 즉 바위그림을 뜻한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산이다.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돼 있다. 앞서 세계유산 후보를 사전 심사하는 자문기구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지난 5월 반구천 암각화에 대해 등재를 권고한 바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 삶과 예술이 생생히 담긴 유산이다. 1971년 발견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흔히 ‘반구대 암각화’로 불린다. 울산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에 있으며 높이 약 4.5m, 너비 8m의 바위 면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이 빼곡히 새겨져 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가장 오래된 고래사냥 그림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마치 넓은 바다를 내려다본 듯한 시선을 바탕으로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 작살 맞은 고래, 잠수하는 고래를 생생히 표현했다. 암각화에 묘사된 거래만 해도 50마리 이상이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서 약 2㎞ 떨어져 있다. 대곡리 암각화에 앞서 1970년 먼저 존재가 알려졌다. 높이 약 2.7m, 너비 10m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다. 청동기 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이 인상적이다. 또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남아 있어 6세기 무렵 신라 사회상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된 것에 대해 “온 국민과 함께 마음 깊이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오랜 세월에 걸쳐 인간과 자연이 만들어 낸 걸작이 세상에 알려진 지 50여 년이 지나 비로소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유산위원회는 등재를 결정하면서 한반도에 거주했던 선사인들이 고래와 같은 희소한 주제를 창의적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하고, 선사시대부터 약 6000년에 걸쳐 지속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임을 인정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이상 1995년)를 시작으로 가야 고분군(2023년)까지 총 16건(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이번에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는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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