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고 재학 시절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할 정도로 타격에 재능이 있었지만, 수비력이 약하고 발이 느리다는 이유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06년 신고선수(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그는 2007년 주전 자리를 꿰찼고, 2008년부터 KBO리그를 대표하는 교타자로 자리잡았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올해 올스타전 최다 출전 신기록을 세웠다. LG 야수진의 ‘맏형’ 김현수(37) 얘기다.

감독 추천 선수로 올해 올스타전에도 초대를 받은 김현수는 개인 통산 16차례 올스타전 출전으로 양준혁(전 삼성)을 제치고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12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올스타전을 앞두고 취재진 앞에 선 김현수는 “많이 뽑힌 것에 감사하다. 그동안 올스타전에 출전할 때마다 재밌게 즐기려고 노력했고, 오늘 경기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이 16번째 올스타전이다 보니 다양한 타이틀을 보유한 김현수다. 2019년엔 팬 투표 최다 득표 1위에 올랐고, 2010년과 2014년엔 홈런 더비에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스타전의 꽃인 ‘미스터 올스타’는 아직 수상하지 못했다. 김현수는 “2019년에 미스터 올스타 수상 기회가 있었는데, (고)우석이가 방화해 승리가 날아가면서 받지 못했다”라며 웃었다. 당시 김현수는 나눔올스타 4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1홈런) 4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으나 드림올스타 한동민(SSG 랜더스)이 9회초 결승 득점을 포함해 5타수 4안타 5타점 2득점 하면서 MVP를 가로챘다.
김현수가 꼽는 가장 기억에 남는 올스타전은 2010년이었다. 그는 “그때 비가 오다말다 하면서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당시 선발 등판했던 (김)광현이가 1회에 8점인가 내줘서 뒤지다 역전승을 거뒀다. 여기서 하이라이트는 그때 울 팀에서 유일하게 안타를 못 친 선수가 저였다. 그래서 더 기억이 난다”라고 설명했다.


어느덧 프로 데뷔 20년째를 맞이한 김현수는 올 시즌에도 팀의 중심 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전반기 87경기에서 타율 0.299, 7홈런, 58타점으로 활약했다. 전반기는 어땠냐는 질문에 김현수는 “초반엔 우리 팀이 정말 좋은 성적을 내다가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힘든 시기를 겪었다”면서 “그래도 2위로 마무리해서 다행이다. 가깝지도 않지만, 멀지도 않은 차이라고 생각한다. 후반기에 한번 한화를 따라잡아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올 시즌 KBO리그 전반기 최고의 히트 상품인 KT 안현민은 김현수에게도 신기한 존재다. 그는 “정말 멀리 친다. 처음엔 힘만 좋다고 생각했는데, 컨택 능력도 좋더라”라면서 본인의 신인 시절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힘도 차이가 많이 나고, 몸도 많이 차이가 나는 같다. 안현민을 볼 때 마다 한국인인가 궁금할 때도 있다. 그 정도로 좋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1루수를 볼 때 안현민이 1루에 출루했을 때 ‘한국에서 태어난 거 맞지?’, ‘조상님 중에 외국인이 없었는지 부모님께 여쭤봐라’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격과 힘에 후천적 노력까지 더해진 케이스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안현민과 LG의 좌완 선발 송승기는 신인왕 경쟁을 펼치고 있다. 둘의 경쟁이 어떻게 끝날 것 같냐고 묻자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승기랑 같은 팀인데, 제가 어떻게 다른 팀 선수를 편들겠습니까”라고 답했다. 김현수도 속마음은 안현민이 유리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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