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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걷기, 암 치료 등에 도움 된다”는데… ‘유사과학’ 논란 속 실제 임상 효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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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2 16:13:47 수정 : 2025-07-12 16:46:49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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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에서 ‘맨발걷기 혈액건강 임상실험 결과’ 발표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와 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공동연구
고장면 교수 “맨발걷기의 과학적 효과 입증에 자부심”
박동창 회장 “맨발 걷기의 과학적 건강증진 확인, 정부와 공동연구 통해 진실 확인 기대”

요즘 맨발걷기가 열풍이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이 삼삼오오 맨발 걷기 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맨발걷기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맨발걷기는 발바닥을 자극하는 이른바 ‘접지(Earthing) 효과’를 보기 위해 맨발로 맨땅을 걷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혈액순환, 스트레스 해소, 수면 개선뿐 아니라 심지어 암환자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증언도 잇따르면서 의학적 효능에 관한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의학계에선 “발 근육 강화나 균형 감각 향상 정도에는 도움이 되지만 암 치료 등에 효과는 전혀 근거가 없다”며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전남 영광 물무산을 찾은 주민들이 황톳길을 맨발로 걸으면서 숲속 힐링과 건강을 챙기고 있다. 한현묵 기자

이같이 ‘맨발걷기’의 실제 효과에 대한 논쟁이 적지 않은 가운데 ‘과학적 근거 없는 유사과학’이라는 지적에 반박하는 과학적 임상 결과가 공개된다. 16일 국회에서 이개호 더불어민주당의원실이 주최하는 ‘맨발걷기 혈액건강 임상실험 결과 발표회’에서 맨발걷기를 한 이들의 혈액 내 적혈구 구조의 실제 변화가 수치와 영상으로 입증된 유의미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그 내용이 주목된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회장 박동창)에 따르면 이 연구는 지난 1월 운동본부와 대전 국립한밭대(총장 오용준)의 MOU 체결에 따라 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소장 고장면 교수)가 설립되면서 시작됐다. 고 교수 중심으로 착수한 이 연구에 여수요양병원(원장 표연근), 삐땅끼의원(원장 유제성)이 공동연구자로 합류하면서 본격화했다.

 

연구팀은 6주간에 걸쳐 다양한 연령대와 질환군을 포함한 임상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혈액 내 적혈구 분산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대상은 20대 대학생부터 60~70대 생활습관병(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보유 환자까지 폭넓게 구성됐다. 맨발로 30분 걷기 전후의 혈액을 채취해 광학현미경 및 제타포텐셜 분석기를 이용해 정밀 분석을 했다.

맨발걷기 VS 신발신고 걷기 비교한 현미경 사진. 걷기 전(맨 왼쪽)엔 적혈구들이 덩어리지어 포도송이처럼 엉겨 붙어 있다. 빨간 원 안을 보면, 마치 찐 밥알이 서로 달라붙어 있는 것처럼 뭉쳐 있다. 이는 혈액의 점성이 높아지고, 산소 공급과 노폐물 제거가 원활하지 못한 상태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발 신고 걷기 30분 후(가운데)에는 적혈구들이 약간 분리됐지만, 여전히 몇 개씩 뭉쳐 있다.  맨발걷기 30분 후(오른쪽)에는 적혈구들이 하나하나 독립적으로 분산돼 있다. 혈액이 훨씬 부드럽게 흐르고, 산소와 영양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상태.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유방암 진단을 받은 50대 여성의 적혈구를 맨발걷기 전후로 비교한 현미경 사진. 왼쪽은 걷기 전의 혈액으로, 적혈구들이 군집을 이루며 응집된 형태를 보여 혈액의 점성이 높고 말초혈류 순환이 저해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오른쪽은 30분간 맨발걷기를 실시한 직후의 혈액으로, 적혈구들이 고르게 퍼져 분산된 상태를 보이며 혈류 흐름이 눈에 띄게 개선되었음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고혈압 환자(50대 여성)의 혈액을 맨발걷기 전후로 비교한 현미경 사진. 왼쪽은 걷기 전 적혈구 상태 사진으로 적혈구들이 다수 뭉쳐 있다. 혈액 점도가 높고, 혈류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오른쪽 사진은 30분 맨발걷기 후 적혈구 상태로 적혈구들이 각각 독립적으로 퍼져 있고, 응집이 줄고, 혈액이 더 맑고 유동적으로 보인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분석 결과, 맨발로 30분 걷기 전에는 적혈구가 뭉쳐 있는 ‘연전쌓기(rouleaux formation)’ 형태를 보였으나, 걷기 후에는 적혈구가 완전히 분산된 모습이 관찰됐다. 반면, 신발을 신고 동일한 시간 동안 걷기를 실시한 경우, 혈액 내 응집 상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또, 제타포텐셜(세포막 전위) 수치는 평균 -1.59mV에서 -2.8mV로 개선되어, 혈류의 유동성 및 안정성이 향상되었음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었다.

 

고 교수는 연구 보고서에서 “맨발로 지면에 접지되면 자유전자가 인체로 유입되며 전압이 0V로 안정되고, 이로 인해 멜라토닌 분비가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멜라토닌은 항산화, 항염증, 유전자 보호, 면역조절, 혈류 개선 등 다방면에서 과학적으로 입증된 생리활성 물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24년 열린 국회의원 맨발걷기 한마음대회 사진.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연구 발표에는 다수의 SCI 논문이 인용됐다. Banerjee et al. (2020), Slominski et al. (2020) 등 국제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멜라토닌은 적혈구와 내피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줄이고, 세포막 전위를 회복시키며 혈류 흐름을 개선하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연구팀은 맨발걷기를 실천한 환자들의 체감적 변화도 함께 기록했다. 실제 참가자 중 일부는 수면의 질 개선, 스트레스 지표 안정화, 요실금 개선, 통증 감소, 심리적 안정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 등 맨발걷기동호회 회원들이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제공

박동창 회장은 “이번 임상결과 발표로 맨발걷기가 단순한 민간요법이 아닌, 과학적으로 검증 가능한 건강증진 방안임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맨발걷기가 ‘유사과학’이라는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향후 정부와의 공동 대규모 과학적 검증작업을 통해 ‘일상 속 질병의 예방 및 건강증진법’으로 자리매김해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이 다같이 건강해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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