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축장 병든 돼지 무단 도축…“한국 관광객 다수 방문 지역 포함”
베트남 수도 하노이에서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돼지고기가 불법 유통된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 관광객이 자주 찾는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보건·방역당국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하노이 경찰은 최근 식품안전법 위반 혐의로 4명을 체포하고, 관련 조직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SF 의심 돼지고기 4.3t 압수…시장·식당에 유통
13일 현지 식품안전 당국에 따르면 합동 단속반은 한 마을에 있는 불법 도축장을 급습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의심 증세를 보이던 생돼지 45마리와 이미 도축된 돼지고기 1050kg, 내장 450kg 등 총 4.3t을 압수했다. 압수품의 시가는 약 3억2000만동(약 18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압수된 고기 중 일부는 실험 결과 실제로 ASF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ASF는 돼지 간 전염성이 매우 높다.
한 번 감염되면 치사율이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인체에는 감염되지 않지만, 감염된 고기는 반드시 폐기해야 하며, 유통 및 섭취는 법적으로 엄격히 금지돼 있다.
◆병든 돼지 하루 50마리 도축
이들은 2023년부터 병든 돼지를 중개인을 통해 1kg당 3만~4만동에 사들인 뒤 무허가 시설에서 하루 평균 50마리씩 도축해 시내 시장과 일부 식당 등에 공급해왔다. 판매가는 1kg당 5만~6만동 수준으로,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불법 수익은 약 7000만~8000만 동(약 400만 원)으로 추정된다.
풍쿵 시장에서도 검역을 거치지 않은 돼지고기 약 1t이 추가로 적발됐다. 일부 조직원은 이미 폐사했거나 병든 돼지를 1kg당 2만동에 매입해 자택에서 도축한 뒤, 최대 7만동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도 ASF 매년 발생…여름철 방역 ‘비상’
ASF는 2019년 한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매년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6월 말까지도 세 차례 발병 사례가 보고됐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만큼 농장 단위의 선제적 차단 방역이 최선의 대응책으로 꼽힌다.

장마철에는 침수와 폭우로 오염물질 유입 가능성이 높아지며, 야생 멧돼지 등 병원체를 옮길 수 있는 야생동물의 접근도 쉬워져 ASF 확산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양돈 농가는 배수로, 울타리, 소독시설 등을 점검하고 침수 예방을 위한 임시 제방이나 모래주머니 설치 등 사전 조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야생동물 차단용 이중 울타리 설치, 축사 주변 물웅덩이 제거, 정기적인 해충 방제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동남아 전역 통한 국제 확산 우려”
ASF 사태가 단순한 식품 위생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 질병 확산의 위험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한 방역 전문가는 “ASF는 인체 감염은 없지만 가축산업에 막대한 피해를 준다”며 “국내 농장도 방역 체계를 철저히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해외여행 후 귀국한 국민들에게는 축산시설 방문을 자제하고, 농장 출입 시 소독과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을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각국이 긴밀히 연결된 상황에서 하나의 방역 허점이 국경을 넘어 대규모 전파로 이어질 수 있다”며, 국제 협력을 통한 방역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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