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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악연’ 폴란드·러시아, 영사관 맞폐쇄… 긴장감 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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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2 13:31:00 수정 : 2025-07-12 13:24:04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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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바르샤바 쇼핑몰 화재 배후는 러”
러시아 “비우호적 행동에는 단호히 대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을 넘기며 장기화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폴란드 간에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폴란드는 과거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제2차 세계대전 동안에는 소련(현 러시아)의 침공을 받는 등 러시아와 역사적 악연이 깊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지난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협의회’(URC) 정상회의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이날 칼리닌그라드에 있는 폴란드 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했다. 발트해와 폴란드, 그리고 리투아니아로 둘러싸인 칼리닌드라드는 러시아 땅이긴 하나 러시아 본토에서 분리돼 있다. 원래 독일 영토였던 것이 1945년 나치 독일의 패전으로 승전국 소련에 귀속됐다.

 

러시아 외교부에 의하면 이번 조치는 지난 5월 폴란드가 크라쿠프 주재 러시아 영사관 폐쇄를 명령한 데 따른 맞대응이다. 외교부 측은 “우리나라(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이 계속되는 것을 막으려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폴란드 외교부는 “사전에 계산된 행동으로, 옳지 않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폴란드가 크라쿠프 주재 러시아 영사관을 폐쇄토록 한 것은 지난해 바르샤바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가 원인이다. 2024년 5월12일 바르샤바 최대의 쇼핑 센터인 ‘마리빌스카 44’에 불이 나 입점한 1400여 개 매장의 80% 이상이 소실됐다. 이후 사고 원인을 조사한 폴란드 당국은 화재 배후에 러시아 정보기관이 있다는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지난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에서 ”러시아 측 사주를 받고 방화 행위에 가담한 피의자들을 전부 검거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크라쿠프 주재 러시아 영사관 폐쇄를 지시했다.

 

폴란드는 지난해에도 “러시아의 폭력 사주를 막아야 한다”며 포즈난 주재 러시아 영사관 폐쇄를 명령한 바 있다. 이로써 폴란드에 주재하는 러시아 영사관은 그단스크 한 곳만 남게 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간) 크레믈궁에서 교육 당국 관계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폴란드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후원하며 러시아와 험악한 관계가 되었다. 다만 우크라이나와 달리 폴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만큼 러시아가 섣불리 폴란드에 군사적 위협을 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폴란드는 제1차 세계대전 도중 일어난 공산주의 혁명으로 제정 러시아가 무너질 때까지 수백년간 그 지배를 받았다. 1918년 가까스로 독립을 이뤘으나 1939년 2차대전 발발과 동시에 나치 독일과 소련의 협공으로 또다시 나라를 잃었다. 2차대전이 독일의 패배로 끝나며 폴란드는 다른 동유럽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소련 영향권에 편입돼 공산주의 국가가 되었다. 동서 냉전이 막바지에 이른 1989년 폴란드는 시민 혁명의 결과 자유로운 총선거가 실시되며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났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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