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1군 올스타를 꿈꾸는 프로야구 유망주들이 모인 축제인 ‘퓨처스 올스타’에서는 젊은 선수들답게 다양한 세리머니로 관중들에게 폭소와 감동을 선사했다. 야구인 2세 선수들의 세리머니와 선배들을 따라하는 세리머니가 눈길을 끌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처음으로 부자가 한 팀이 되어 뛴 이병규 LG 2군 감독과 SSG의 외야수 이승민이었다. 지난겨울 이병규 감독이 LG 2군의 사령탑을 맡게 됐고, LG와 SSG가 같은 북부리그 소속이라 부자의 의기투합이 성사됐다.
북부리그 올스타의 8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한 이승민은 0-1로 뒤진 2회말 2사 1,2루에서 첫 타석을 소화했다. 부자가 나란히 손을 잡고 타석에 등장했고, 이병규 감독은 이승민에게 보타이를 매줬고, 이승민은 아버지 이병규 감독에게 넥타이를 목에 걸어줬다. 그리고 서로 볼에 입을 맞추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이들이 서로의 볼에 입을 맞춘 것은 이병규 감독이 현역 시절인 2005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그해 태어난 이승민의 볼에 뽀뽀하는 장면이 사진으로 남아있는데, 이를 재연한 것이었다. 이승민은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는 이병규 감독의 별명인 ‘적토마’에서 착안해 ‘적토망아지’ 분장으로 그라운드에 나타나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날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한 야구인 2세 선수는 또 있었다. 과거 OB(현 두산)의 에이스 출신으로 삼성과 SK(현 SSG 랜더스)에서도 뛰며 개인 통산 122승을 거둔 김상진 롯데 2군 투수 코치의 아들인 LG 투수 김웅이 그 주인공. 김웅은 유니폼 뒤에 ‘상진 jr.’(주니어)라고 마킹하고 8회에 마운드에 올랐다. LG 구단 관계자는 “아버지와 함께 올스타전 무대에 선다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한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롯데 선수들은 1군 주요 선수들의 폼과 루틴을 따라해 폭소를 자아냈다. 이태경은 정훈, 김동현은 과거 롯데에서 뛰었던 외국인 타자인 카림 가르시아, 박재엽은 윤동희, 이영재는 알렉 감보아로 분했다. 김동현은 가르시아의 루팀인 배트 부수기를 따라한 뒤 타석에서 배트를 교체했다. 이영재는 얼굴에 콧수염과 턱수염을 따라하기 위해 검정 스티커를 붙이고 나와 투구 전 허리를 깊게 숙이는 ‘폴더인사’ 루틴을 따라했다.
백미는 정훈을 따라한 이태경이었다.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정훈의 루틴을 흉내낸 이태경은 타석에선 강한 헛스윙에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넘어지는 모습으로 팬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 모습도 정훈과 너무나 흡사해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크게 웃었다.
타팀 선배이자 동명이인 선배를 따라한 세리머니도 눈길을 끌었다. 키움의 내야수 양현종은 자신과 이름이 같은 KIA의 양현종으로 변신했다. KIA 양현종의 별명 ‘대투수’에서 착안해 ‘대타자’로 등장했다. KIA 양현종의 상징인 빨간 고글에 선크림을 두껍게 바른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타격 자세를 취하기 전 양현종의 투구폼을 흉내 내 공을 던지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잘생긴 외모로 유명한 고양(키움) 히어로즈 내야수 심휘윤은 영화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의 등장 장면으로 유명한 ‘우산 퍼포먼스’를 펼치며 상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만화 주인공 둘리를 닮은 KT의 좌완 투수 김재원은 둘리 가방을 메고 등판한 뒤 가방에서 공을 꺼내는 세리머니로 관중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베스트 퍼포먼스상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KIA의 박재현. 평소 원숭이라는 별명을 가진 박재현은 원숭이 잠옷을 입고 오마이걸의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에 맞춰 춤을 췄다. 박재현은 상금 100만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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