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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중시 이재명정부, AI교과서는 나몰라라”…정부 믿었던 개발사 분통 [지금 교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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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2 12:00:00 수정 : 2025-07-12 11:09:16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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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전면도입 예정이었던 인공지능(AI)디지털교과서가 정권 교체 여파로 좌초 수순을 밟고 있다. 정부를 믿고 수천억원을 쏟아 AI디지털교과서를 개발했던 업체들은 막대한 손해를 떠안을 위기에 놓였다. 실제 사업이 축소·중단될 경우 정부를 상대로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정치권이 정치 논리에 따라 교육 정책을 휘두른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자료’ 격하 위기 놓인 AI교과서

 

12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AI디지털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교과서’에서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1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11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AI디지털교과서의 위헌적 입법 철회를 위한 발행사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행사 대표들이 AI디지털교과서의 법적지위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전국 초·중·고에 처음 도입된 AI디지털교과서는 디지털기기로 다양한 학습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교사들은 수업에서 종이 교과서를 보조하는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는 학생 수준별 맞춤형 학습과 데이터 분석 등이 가능해 AI디지털교과서가 수업을 효과적으로 바꿀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책 발표 후 민주당을 중심으로 ‘졸속추진’이란 비판이 이어졌다. 교육부는 당초 올해 전국 모든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 1학년 영어·수학·정보 교과에 도입할 계획이었지만,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자 올해에는 원하는 학교만 사용하도록 한발 물러섰다. 여기에는 직접 써보면 효과를 느낄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렸다.

 

하지만 민주당은 교육부의 ‘속도 조절’에도 만족하지 못했다. 지난해 민주당 고민정·문정복 의원은 AI디지털교과서를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교과서는 모든 학교에서 채택해야 하고 무상교육 대상이지만, 교육자료는 학교장 재량으로 선택 가능하며 무상교육 대상도 아니어서 사용 시 교육청 예산 등이 들어간다.

 

업체 입장에선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 등도 올라가는 데다가, 결과적으로 AI디지털교과서의 사용률 자체가 크게 떨어져 수익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모든 학교 전면도입’이란 말을 믿고 약 2년간 많게는 수천억원을 들여 AI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한 업체 입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올해 1월 발행사들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2년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수백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했으나 그간 투자한 시간과 비용이 손해로 돌아올 처지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당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정권이 교체된 뒤 또다시 AI디지털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격하하는 법안이 올라왔다. 이달 2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아 AI디지털교과서의 지위가 유지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으나 결국 10일 법안이 통과됐다.

 

◆정부 믿었던 개발사들 “생존권 문제”

 

개발업체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비상교육, 지학사, YBM, 천재교육 등 AI 교과서 발행업체 14곳과 에듀테크 업체 7곳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AI디지털교과서의 교과서 지위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입법 확정 시) 투자비 회수가 불가능해 (회사)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정책을 믿고 여기까지 왔는데 신뢰가 추락했다. 이제 어떤 민간업체가 정부 정책에 맞춰 컨소시엄을 꾸릴 수 있겠느냐”고 호소했다. 개발사들에 따르면 지금까지 AI 디지털교과서에 국비 5300억 원, 인프라를 포함해 약 2조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 

 

업체들은 “AI디지털교과서는 미래 공교육을 뒷받침하는 국가 핵심 인프라다. AI디지털교과서의 교육자료 격하는 미래 교육 시스템 전체를 무력화시키고 교육 정책을 후퇴시키는 결정”이라며 “국회가 법안 처리 절차를 이어간다면 헌법소원과 행정소송 등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 논리 아닌 정책 효과 봐달라”

 

교육계에서도 정부가 이미 현장에 도입된 국정 사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에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부터 ‘AI 강국’을 강조해온 데다가 현재 AI디지털교과서를 쓰지 않는 학교들도 수업에 별도의 디지털 프로그램 등은 상당수 사용하고 있어 이번 AI디지털교과서 사업이 축소되더라도 새 정부가 유사한 정책을 재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교육계에서 이미 수업에 AI 등 디지털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 된 지 오래다. 민주당이 정책의 효과성을 판단하기보다는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방점을 두고 ‘반대를 위한 반대’를 외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AI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 중학교 교사 A씨는 “AI디지털교과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전부터 수업에 디지털 프로그램들은 학교에 적용되고 있었던 만큼 이번 AI디지털교과서가 중단된다고 해도 또 비슷한 정책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아직 도입 초기라 완벽하지는 않지만 잘 쓰면 좋은 프로그램인데 정치적 논리 때문에 반대하는 것은 아닌가란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A씨는 “AI디지털교과서는 학생 개별 학습 상황 점검이 용이하고, 채점 업무 등이 간편해 실제 사용한 교사 중 상당수는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개발업체들은 “중요한 것은 정책을 누가 시작했느냐가 아니라, 그 정책이 지금 이 순간 우리 학생들과 국민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가다”라며 “AI 디지털교과서는 미래 교육 격차를 줄이고, 학생 개개인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국가적 투자다. 이 정책이 후퇴한다면, 그 피해는 결코 기업에만 머물지 않고 우리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23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AI디지털교과서의 교육자료 지위는 확정된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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