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KBO 퓨처스 올스타전이 열린 11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남부리그 올스타가 1회초 1-0으로 앞선 2회말 북부리그 올스타의 공격. 2사 1,2루에 북부리그 올스타의 8번 타자 이승민(SSG)의 타석 차례가 돌아왔다. 이승민은 현역 시절 ‘적토마’라 불리며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이병규 LG 2군 감독의 장남이다. 이날 아버지 이병규 감독과 아들 이승민은 한 팀에서 코치와 선수로 함께 했다.

퓨처스 올스타전에서도 선수들이 준비한 다양한 세리머니가 팬들의 환호를 불러일으킨 가운데, 특히 이승민의 세리머니가 눈에 띄었다. 이승민과 이병규 감독은 손을 잡고 타석에 들어섰고, 이승민은 이병규 감독에게 넥타이를 매줬고, 이병규 감독도 이승민에게 보타이를 매줬다. 그리고 서로 볼 뽀뽀를 했다. 이승민이 태어난 해인 2005년, 그해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이병규 감독은 아들 이승민에게 볼 뽀뽀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혔고, 이를 재현한 것이었다.
아버지와 진한 뽀뽀를 나누고 타석에 들어선 이승민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체크스윙이 스윙 판정을 받자 비디오판독을 신청했고, 판독 결과도 스윙이었다.
첫 타석 결과는 아쉬웠지만, 2회초 수비에서 이승민은 강견을 자랑했다. 1사 1루에서 박헌의 안타 때 강력한 송구를 3루로 뿌렸고, 정확하게 전달된 이승민의 송구에 3루까지 뛰던 1루 주자 이승현는 태그아웃 됐다.

이승민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16년에 야구를 업으로 삼기로 결심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를 보며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온 끝에 내련 결정이었지만, 아버지 이병규 감독은 반대했다. 그해 현역 은퇴한 이병규 감독은 아들만큼은 냉혹한 승부와 경쟁의 세계인 프로야구 선수의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러나 이승민의 뜻은 확고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던가. 이병규 감독은 아들의 꿈을 꺾지 못했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이승민은 “아버지는 ‘중간에 그만둘 것이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아버지와 약속한 뒤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적토마라 불리며 LG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이병규 감독의 선수로서의 삶이 끝난 그해. 이승민은 야구 선수로의 삶을 시작했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며 결코 그만두지 않고 휘문중, 휘문고를 거쳐 어엿한 프로 선수로 성장했다. SSG는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20순위로 이승민을 뽑았다.


프로 데뷔 첫 해 이승민은 1군 무대를 밟지 못했지만, 퓨처스리그 66경기에서 타율 0.285, 3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KBO 퓨처스 올스타로 뽑혀 ‘적토망아지’라는 닉네임으로 퓨처스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올 시즌 전반기에도 퓨처스리그 39경기에서 타율 0.276, 1홈런, 18타점으로 꾸준히 활약을 펼쳤다.
이번 퓨처스 올스타전은 이승민에게 더욱 뜻깊다. 이병규 감독이 올 시즌을 앞두고 LG 2군 감독으로 부임했고, LG와 SSG는 북부리그 소속이라 아버지와 아들이 코치와 선수로 한 팀에서 뛰게 됐기 때문이다. 이병규-이승민 부자가 같은 더그아웃에서 한 팀으로 뛰는 건 처음이었다.
이승민은 “오늘 아버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함께 내려왔는데, 참 의미 있었다”며 “아버지와 추억이 될 만한 세리머니도 준비했는데, 오늘 경기는 평생 추억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병규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부담되지 않는지 묻는 말엔 “주변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부담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아버지 덕분에 야구에 관한 관심을 더 갖게 됐고 꿈도 키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병규의 아들이 아닌 야구 선수 이승민으로서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나중엔 아버지에게 '이승민의 아버지'라는 수식어를 달아드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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