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이더라도 당당히 말해야”
참의원 선거전 ‘악재’ 우려에
2월 ‘아부 외교’서 180도 돌변
美 루비오 국무 “내주 日과 회담”
엑스포 방문 베선트와 협상 주목
일본 정부·여당이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상호관세 통보를 받은 뒤 대미 발언 수위를 점점 높이고 있다. 원래보다 1%포인트 높아진 상호관세율에 “정말로 유감”이라고 말했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입에서 “(미국에) 깔보여서야 되겠느냐”는 발언까지 나왔다.

◆관세율 24%→25%…뿔난 이시바
11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지난 9일 지바현에서 진행한 참의원 선거 유세에서 “이건 국익을 건 싸움”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가 말해야 할 것은, 비록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정정당당하게 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서한이 전달된 후 “안이한 타협은 피하겠다. 정말로 유감이다”(이시바 총리), “편지 한 장으로 통고하는 것은 동맹국에 매우 무례한 행위로 강한 분노를 느낀다”(자민당 오노데라 이쓰노리 정무조사회장)고 밝힌 데 이은 것으로, 일본 총리가 동맹인 미국을 상대로 이렇게까지 격한 어조로 말하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이라고 일본 언론들은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10일 TV방송에서 ‘깔보여서야 되겠나’라는 발언 의도를 질문받고 안보 등 미·일 관계를 언급하며 “많이 의존하고 있으니까 말을 들으라는 식이라면, 얕보여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라며 “미국 의존에서 한층 더 자립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총리 거취 걸린 선거 악영향 우려
지난 2월 초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 피격 사건을 언급하며 “신의 선택”이라고 추켜세워 ‘아부 외교’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이시바 총리의 태도가 180도 달라진 것은 고전이 예상되는 7·20 참의원(상원) 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총리관저 관계자는 “선거 판세가 여당에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과 제대로 협상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이시바 총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는 4월 초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뒤 측근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7번이나 워싱턴에 보내 협상을 벌였으나, 미국과 접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무역협상 조기 타결로 “고관세 조치를 피했다”면서 홍보를 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미국이 오히려 더 높은 관세율을 통보해오자 당혹감을 넘어 불쾌감까지 드러내게 된 셈이다.
자민당 한 간부는 “최악의 타이밍에 통보가 왔다”며 “(미국이) 야당에 공격 재료를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은 그간 이시바 정권 비판에 신중을 기해왔다. 관세 조치를 ‘국난’으로 규정하고 미국과 협상 중인 이시바 총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국익에 반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입헌민주당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9일 아오모리 유세에서 “허들이 높아지고 있다. 협상이 잘 안 되고 있다는 증거다”라고 비판했다.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8일 미국의 관세 서한을 두고 “일·미 간에 인적 관계가 구축되고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운 내용”이라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도 총리를 감싸는 것처럼 보이면 우리까지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사카 ‘미국의날’ 협상 이뤄질까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도 1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25% 상호관세율 통보에 관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두 사람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관련 외교장관 회의 참석 차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이다.
한편 루비오 장관은 현지 기자회견에서 “다음 주 일본과의 회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등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단이 오사카·간사이 만국박람회(엑스포) ‘미국의날’ 행사(19일)를 계기로 방문할 예정인 점을 염두에 둔 언급이다. 루비오 장관이 말한 ‘회담’이 관세 협상을 가리키는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오사카를 찾는 베선트 장관이 미국 측 관세 협상 담당 장관인 까닭에 일본 측 아카자와 장관과의 회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고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또 “관세 협상 상대국이 관세율을 인하하는 것에 관한 (협상을 위한 미국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서한 발송 이후에도 한국·일본 등과 대화를 계속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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