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로부터 50%라는 초고율의 ‘관세 폭탄’을 맞게 된 브라질이 보복 관세를 부과를 거론하며 강경대응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 현지 언론 ‘조르나우 다 헤코르드’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50% 관세 부과 방침에 미국과의 직접 협의를 통한 관세율 조정,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체 구성을 기반으로 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어 “만약 이 모든 과정이 무위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상호주의 원칙을 적용해야 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이 50%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50%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룰라 대통령은 단호한 어조로 “상호 존중은 바람직한 가치”라고 강조한 뒤 “한 나라의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에게 온라인을 통해 서한을 공개하는 건 관례가 아니기 때문에, 저는 (트럼프의 서한이) 가짜 문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우회 비판하기도 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하루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8월1일부터 브라질산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서한 내용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관세 부과 배경에 대해 “불공정 무역” 외 브라질 내에서 진행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 대한 쿠데타 모의 혐의 재판을 “마녀사냥”이라며 거론했다. 브라질은 20여년간 미국과의 교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국가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가 브라질에 대한 사실상의 ‘내정간섭’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룰라 대통령 최측근인 페르난두 아다지 재무장관은 이날 CNN 브라질 등을 통해 중계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관세부과) 상황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진 않는다”라며, 트럼프의 발표에 “경제적 합리성이 없다”고 강변했다.
브라질로서도 해볼만한 대응방식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고율관세를 부과한 국가들과 달리 브라질은 미국과 무역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온 국가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정부 데이터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브라질의 대미 교역 누적 적자액은 902억 달러(124조원 상당)에 이른다. 이 기간 내내 브라질은 미국을 상대로 적자를 기록했다. 브라질이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응해 고율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적자폭을 다소 누그러뜨릴 여지가 있다.
여기에, 브라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필수 식료품에 대한 미국 내 공급가까지 높여 전체적으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 발등 찍기’라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브라질은 커피, 오렌지주스, 설탕, 쇠고기 등 미국인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들을 대규모로 수출하고 있다.
브라질 내부 정치 측면에서도 룰라 대통령에게 호재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 세력과 국내 정치에서 지속적인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내정간섭 성격 관세 부과가 오히려 지지세를 올리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브라질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학원의 올리버 스투엔켈 국제관계학 교수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트럼프의 브라질에 대한 관세는 보우소나루에겐 역풍으로 작용하면 그의 보수 동맹이 가진 정치적 전망에 해로울 수 있다”며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태에서 룰라대통령이 잘 대응할 경우, 그에게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짚었다. 최근 캐나다 총선에서 반미 정서를 타고 기사회생하며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자유당과 마크 카니 총리 사례가 그 비등한 사례라는 취지다. 스투엔켈 교수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도 “트럼프의 브라질 내정에 대한 노골적 간섭은 룰라 정부에 도움이 되는 결집 효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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