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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해 작가의 ‘여름은 고작 계절’

입력 : 2025-07-12 06:00:00 수정 : 2025-07-11 09:55:25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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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고작 계절/김서해/위즈덤하우스/1만7500원

 

김서해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 ‘여름은 고작 계절’이 출간됐다. 친구가 전부인 시절, 우정에 미숙한 아이들이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곳을 향해 몸부림치는 소녀들의 성장통을 다루고 있다. 

김서해/위즈덤하우스/1만7500원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환상이 긴 꼬리를 남기며 사라지던 2000년대, 10살 ‘제니’는 부모님의 결정으로 갑작스럽게 미국에 이민하게 된다. 백인 아이들은 동양인 여자아이에게 모질기만 하고, 제니는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깎고 마모시켜 ‘적응’하고 ‘성장’해나간다. 필사적으로 영어를 배우고 친구들 사이를 맴돌며 가까스로 손바닥만 한 자기 자리를 만들어낸 어느 여름, 한국에서 이민 온 ‘한나’가 나타난다. 따돌림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길 요구하는 한나. 제니는 자신과 같은 처지인 한나를 안쓰러워하면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그를 한심하게 여긴다.

 

한나의 등장으로 제니는 자신이 몹시 미워했던 백인 아이들과 점점 비슷해져 간다. 아이들에게 미움받는 한나와 가까워지는 것은 곧 무리에서 다시 한 번 떨어져 나가는 것과 같았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춤을 추듯’ 백인의 몸짓과 말을 흉내 내며 한나를 고립시키려 하지만, 한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너처럼 영어 잘하”고 싶다고,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다”며 제니에게 다가온다.

 

냉소와 순수, 동경과 질투가 뒤엉킨 채 시간이 흐르고, 제니와 한나가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는 동안 찾아온 세 번째 여름. 두 사람은 학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백인 여자아이들이 초대한 호숫가 모임에 가게 된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단 한 사람만이 호수를 빠져나온다.…

 

소설은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서러움을 ‘사랑과 연대의 감각’, 우정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무리 지어 다니기 위해서라면 누군가의 손을 거침없이 놓아버릴 수도 있었던 사춘기는 제니가 살던 미국의 작은 소도시와 닮았다. 책은 독자에게 우리를 파괴했던 외로움과 그럼에도 우리를 파멸에서 구해낸 사랑과 우정을 다시 한 번 불러낸다. 그리고 여전히 “햇빛 한 점 없는 동굴”을 헤매는 이들에게 손을 내민다. 

신작 ‘여름은 고작 계절’ 펴낸 김서해 작가는 외로움 등의 감정을 정확한 문장으로 짚어낸다는 문단의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이 소설은 누군가 제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중략) 글을 쓰는 동안 깨달았습니다. 잡아주길 기다리지 말고, 팔을 뻗어야 한다는 것을요. 기다리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요. 눈치 보지 말고 덥석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만 굴레가 끊어질 테니까요.” 

 

김서해 작가는 2023년 앤솔러지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에 단편소설 ‘폴터가이스트’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장편소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와 단편소설 ‘라비우와 링과’ 등을 펴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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