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야구 한화가 전신 빙그레 시절인 1992년 이후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마운드의 높이였다. 팀 타율은 0.259로 5위로 중간 수준의 공격력이지만, 한화 투수진 평균자책점은 3.42로 전체 1위였다. 또 한 번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실감되는 순간이다.
키움과의 주말 3연전 스윕을 통해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인 KIA와의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전반기 1위를 확정지었던 한화지만, 자비는 없었다. KIA와의 3연전마저 모두 쓸어담았다.
한화는 1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9회말 터진 문현빈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3-2로 승리하며 6연승으로 기분좋게 전반기를 마감했다. 전반기 성적을 52승2무33패, 승패마진 +19로 마감한 한화는 2위 LG(48승2무38패)와의 승차를 4.5경기로 벌렸다.


이날도 한화는 마운드가 2실점으로 버텨냈고, 0-2로 뒤진 8회 1점을 낸 뒤 9회 상대 마무리 정해영을 상대로 2점을 내며 극적인 역전승을 마무리해냈다. 투수진이 버텨줬기에 가능한 역전승이었다.
한화는 전반기에 선발과 불펜을 가리지 않고 리그 최강의 활약을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난 것은 역시 압도적인 구위로 KBO리그를 초토화시킨 코디 폰세였다. 폰세는 전반기에 투수 4개 부문 1위에 올랐다. 다승(11승·공동 1위), 평균자책점(1.95), 탈삼진(161개) 부문 선두에 섰고, 한번도 패하지 않아 승률(100%)도 1위를 차지했다. 드루 앤더슨(SSG 랜더스)이 이날 KT와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5이닝 2실점하며 평균자책점이 2.06으로 올라가면서 폰세만이 전반기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었다.

폰세는 전반기에 18번 등판하는 동안 한 번도 5회가 끝나기 전에 마운드를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감과 폭발력을 동시에 보여줬다. 최고 시속 157㎞의 빠른 공과 시속 140㎞대 컷 패스트볼, 시속 120∼140㎞를 넘나드는 체인지업, 시속 130㎞대 커브를 섞으며 상대 타자를 압도했다.
5월17일 대전 SSG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선 삼진을 무려 18개나 솎아내며 KBO리그 정규이닝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폰세는 당시 8이닝 동안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하며 삼진 18개를 잡았다. 이날 폰세는 ‘국보’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의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과 타이를 이뤘고, 자신의 우상인 류현진(한화)의 정규이닝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17개)을 경신했다. 팬들은 폰세를 연호했고, 폰세는 ‘눈물 세리머니’로 화답했다.


후반기에도 전반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이어간다면 폰세는 KBO리그 최초로 외국인 투수 4관왕에 오를 수 있다. 2023년 NC 다이노스에서 뛴 에릭 페디(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그해 평균자책점(2.00), 다승(20승), 탈삼진(209개) 부문 1위를 차지했지만, 승률(0.769)에서는 5위에 머물렀다. 2019년 조쉬 린드블럼(당시 두산 베어스)은 다승(20승), 탈삼진(189개), 승률(0.870) 부문에서는 1위에 올랐으나 평균자책점은 2.50으로, 2.29의 양현종(KIA 타이거즈)에게 타이틀을 내주며 4관왕에 실패한 바 있다.
더스틴 니퍼트(당시 두산)도 2016년 다승(22승)과 평균자책점(2.95), 승률(0.880) 1위에 올랐으나 탈삼진 부문에서는 7위(142개)에 그쳤다. 폰세는 아리엘 미란다(당시 두산)가 2021년에 작성한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225개) 기록 경신도 넘보고 있다. 이대로 한화가 후반기에도 선두 자리를 수성하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거머쥔다면 정규리그 MVP는 폰세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