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국 韓·日엔 안보비용 청구서도
국가별 경쟁 분위기 띄워 길들이기
전문가 “다른 나라와 협력 대응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위험한 도박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포문을 연 관세전쟁은 적국과 동맹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고율 관세를 난사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 동맹인 한국과 일본을 ‘콕’ 찍어 관세 서한 내용을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브라질을 겨냥해서는 국내 정치적 사안을 고리로 보복성 관세를 적용해 내정간섭 논란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동맹을 향한 과도한 안보비용 청구가 결국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 신뢰를 떨어뜨리고, 미국 경제에도 물가상승에 따른 역풍이 불가피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도박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관세 서한 공개라는 직접 압박에도, 8월1일까지 협상 시한을 다시 한번 연장하는 모습에서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선다)’라는 뉴욕 월가의 유행어가 다시 회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관세 서한을 보낸 데 이어 관세 협상 시한이던 9일(현지시간) 브라질과 필리핀 등 8개국에 8월1일부터 적용할 상호관세 세율을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필리핀에 20%, 브루나이와 몰도바에 각각 25%, 알제리·이라크·리비아·스리랑카에 각각 30%의 관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공개했다. 브라질을 겨냥해서는 1차 상호관세 발표 당시보다 무려 40%포인트 인상한 50%의 상호관세율을 적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서한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향해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려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1기 때 좋은 관계였던 강경 보수 성향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고 진보 성향인 현 룰라 대통령을 압박하는 조치로 관세 정책을 활용했다. 관세를 다른 나라의 국내 정치에 대한 개입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에 보낸 관세 서한을 잇달아 공개한 것은 국가별로 대미 협상에 대한 경쟁 분위기를 고조시킨 뒤 양자 회담으로 각개격파를 시도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관련해서는 전날 백악관 내각회의에서 주한미군 주둔비용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증액을 공개 요구했고, 통상과 안보 이슈를 엮은 이른바 ‘원스톱 협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 만큼 최종 합의를 성급하게 하기보다는 협상 준비를 철저히 하면서 다른 나라와 연계해 대응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일본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와 철강 비율이 높고 똑같이 25%의 상호관세율을 부과받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의 2차 관세 통보에서도 가장 먼저 대상이 됐다.

전봉근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미국에 대응함에 있어 가장 먼저 고려할 만한 지역 협력체는 일본”이라며 “과거사 문제가 있긴 하지만 미·중 경쟁 구도에서 유사한 입장을 갖고 힘을 합칠 수 있는 유일한 국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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