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경선에 나선 박찬대 의원이 “헌정을 파괴하는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줄 수 없다”며 “내란범 배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8일 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내란종식특별법’에는 이 조항을 포함해 내란범 사면·복권 제한, 내란재판 전담 특별재판부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 의원은 “8시간 만에 여야 115분의 의원님이 공동발의해 주셨다”며 “내란종식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다시는 제2의 전두환, 제2의 윤석열, 제2의 내란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민주당 당권 레이스는 박 의원과 정청래 의원의 ‘찐명(진짜 친이재명계) 대결’ 구도로 두 후보의 선명성 경쟁이 치열하다. 내란 특별법은 강성 지지층 표를 겨냥한 선거 전략 차원에서 발의됐을 것이다. 박 의원이 먼저 치고 나왔지만, 여당 기류를 보면 정 의원이 대표로 선출돼도 이 법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누가 당 대표가 되든 내란 특별법은 강행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위해서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은 1심에 계류돼 있고 ‘내란 특검’ 수사는 이제 막 시작됐다. 여당이 내란 특별법을 밀어붙인다면 이들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법에 포함된 ‘국고보조금 중단 조항’은 정당 민주주의 원칙에 배치되는 위헌적 발상이다. 윤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혐의가 대법원에서 확정되는 상황을 가정해서 법을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상황이 현실화한다고 해도 국민의힘 당원 수십만명이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한가. 지금까지는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내란을 기도했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만약 그런 사실이 확인된다면 정부가 헌법재판소에 국민의힘 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게 정도이다.
국민의힘 인사들이 내란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오르면서 여권이 내년 지방선거 등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힘에 ‘내란 동조당’이란 프레임을 씌우려 한다는 의구심이 생겨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실행 과정에서 실정법을 위반한 인사들은 엄중히 단죄해야 하지만, 내란 특검 수사는 법리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만 진행돼야 한다. 김건희·해병대원 특검도 수사가 정치와 편견에 오염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여당도 수사와 재판이 ‘정치 보복’으로 비치지 않도록 자중해야 한다. 무슨 일이든 너무 지나치면 역풍을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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