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 부하들에게 떠넘겨 ‘눈총’
이제는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숙하길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어제 오전 서울중앙지법의 결정으로 124일 만에 재구속됐다. 법원은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했는데, 계엄 사태를 전후해 윤 전 대통령이 보인 납득하기 힘든 행태를 감안하면 사필귀정이라고 하겠다. 영장 발부 후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불행한 사태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본인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으니, 여전히 계엄이 정당했다고 여기는 것 아닌가 싶어 우려스럽다.
계엄이 무위로 돌아간 뒤 윤 전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선 이미 다 알려진 사실조차 부인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고 강변했다. 지난해 12월 3일 완전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모습을 온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봤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니, 가당키나 한 소리인가. 국방부 장관,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방첩사령관 등 아랫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며 정작 본인은 반려견을 데리고 한강변을 산책하는 모습 등으로 빈축을 샀다.
지난해 10월 우리 군의 무인기(드론)가 북한 영공을 침범해 평양까지 진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으며 입을 꽉 다물었지만, 윤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작전이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윤 전 대통령이 북한의 군사 도발을 유발한 뒤 이를 계엄 선포의 근거로 삼으려 했다는 외환 의혹은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수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특검팀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오직 법리와 증거만을 좇아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모든 혐의를 낱낱이 규명하길 바란다.
앞서 검찰에 의해 기소된 윤 전 대통령은 어제 예정된 중앙지법 재판에 불출석했다. 변호인단은 ‘건강상 이유’를 들었으나,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한 항의 표시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전직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 및 재판이 안타까운 일이긴 하나, 대한민국의 국격을 추락시킨 계엄 사태의 진상 규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국정 발목을 잡는 거대 야당에게 경고하려 했다’는 취지의 황당한 주장을 접고, 이제부터라도 특검 수사와 법원 재판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전직 국가원수로서 도리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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