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사 따라 화폐가치 달라질 것” 우려
“한강 프로젝트는 코인 도입 실험”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비은행 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은행과 동일한 규제를 받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안은 미국처럼 은행뿐 아니라 비은행 기관도 발행자로 허가하고 있지만, 한은은 우선 은행에만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오해가 많다. 한강 프로젝트(한은의 예금토큰 실거래 테스트)는 처음부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한 것이었다”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한은처럼 적극적으로 준비해온 기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원화 등 법정화폐와 가치를 연동한 가상화폐(코인)다.
이 총재는 “문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는 방식과 어떻게 규제하느냐”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비은행 금융기관에 허용해주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 가지 부작용을 제시했다. 먼저 비은행 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면 사실상 여러 개의 민간 화폐가 만들어지는 셈인데, 발행사에 따라 화폐(스테이블코인)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자본금이 10억원인 회사와 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같다고 하기 어렵다. 화폐마다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며 “그러면 19세기 (미국에서 은행들이) 민간 화폐를 발행해 많은 혼선이 있었고 통화정책을 하기도 굉장히 어려웠는데 그 과정을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 문제는 외환거래법 규제를 받지 않고 국경을 넘나드는 코인의 특성이다. 이 총재는 “외환 자유화 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면서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굉장히 많아지면서 이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으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생기면 더 심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비은행 금융기관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한다는 것은 지급결제, 예금 등 기존 은행의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발행량만큼 준비금을 예치하도록 하는데, 이 준비금이 사실상 예금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비은행 기관이 은행처럼 화폐에 해당하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예금에 해당하는 것도 갖는다면, 동일 업무에 대해 동일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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