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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삶에 ‘공학’을 대입하다

입력 : 2025-07-12 06:00:00 수정 : 2025-07-10 20:59:35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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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감염병·자원 등 당면 과제
공학적인 시각으로 해법 모색
온실가스의 주범 이산화탄소
미래 자원으로 접근해 재평가
공학을 미래 설계 도구로 제시
복잡한 기술들 사례로 풀어내

세상을 바꾸는 공학기술/ 이상엽/ 김영사/ 2만1000원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 위기, 에너지 고갈 문제, 전염병과 노화에 맞설 의료 및 생명공학 기술, 자원부족, 데이터 폭증…. 인류가 당면한 거대한 과제들이다. KAIST 교수이자 대사공학분야의 권위자인 저자는 이런 난제를 풀어내기 위한 각종 기술과 해법을 소개한다.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연료 생산, 인공지능에 기반한 신약 개발, DNA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술 등 그동안 짧은 뉴스로만 접하던 지구적인 난제를 풀기 위한 첨단 기술의 구체적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기술패권주의가 심화되는 지금, 공학은 더 이상 특정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라 시대를 읽고 미래를 주도하려는 모두가 익혀야 할 필수 언어”라고 강조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책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수천만t씩 쏟아지는 플라스틱은 썩지 않고 바다로 흘러가고 땅에 파묻혀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저자를 비롯한 대사공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결정적 단서를 미생물에서 찾고 있다. 대사공학(Metabolic Engineering)은 생물체의 세포 내 대사 경로를 인위적으로 조작해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거나 생물학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기술공학을 말한다. 실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를 생성하는 미생물 개발은 성공 단계에 있다. 이 기술은 PET(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라는 가장 많이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을 먹고,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하는 능력이 핵심이다. 현재 이 기술은 단순한 실험실의 성과를 넘어 산업화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존 화학적 플라스틱 재활용이 고온·고압 등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반면, 미생물 기반 재활용은 에너지 소모가 적고 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 미생물 기술이 향후 지구의 골칫거리인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 자원화’ 연구도 눈길을 끈다. 공기 중에 가득한 이산화탄소는 지금까지는 온실가스의 주범으로 취급받아왔지만, 이제는 ‘미래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원료로 플라스틱을 생산할 수 있는 인공 대사 회로를 미생물에 탑재한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은 ‘PHA’라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이다. 이 물질은 사용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연적으로 분해되어 사라진다. 이 기술은 단순히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그치지 않는다. 온실가스 감축과 자원순환, 친환경 소재 개발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사례로 주목받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탄소는 이제 버려야 할 물질이 아니라, 다시 써야 할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상엽/김영사/2만1000원

미래 항공기 연료도 미생물이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사탕수수나 옥수수, 식물성 폐기물 등을 분해해 연료를 생산할 수 있는 미생물 설계 기술이다. 기존 바이오에탄올과 달리, 이 기술은 항공기나 선박에 사용할 수 있는 고밀도 연료까지 생산 가능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대규모 산업적 활용 가능성이 높아, 이미 일부 항공사가 시험비행을 준비하고 있다. 화석연료가 아닌 생물자원을 활용하는 이 방식은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이 밖에 산업계 혁명을 몰고올 인공지능(AI) 기술과 블록체인, 데이터 폭증에 대비한 DNA 데이터 저장 기술, 블록체인 기술, 식량 문제 해결을 위한 배양육과 대체육, 스마트시티 기술도 친절하게 소개된다.

“미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인 엔트로픽이 발표한 AI 에이전트 ‘클로드 앤트로픽3.5 소네트’는 단순한 응답 생성을 넘어 실제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텍스트 입력, 마우스 커서 이동, 버튼 클릭 등이 가능하며, 화면 스크린샷 분석을 통해 사용자의 목표를 파악하고 여러 단계를 수행한다. 웹 정보 수집, 뉴스 요약, 공급업체 정보 정리, 데이터셋 분석 등을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어 인건비 없이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슈퍼 직원’과 같다. 인간처럼 학습하고 판단하는 차세대 인공지능의 등장을 앞당기는 핵심 기술로 평가된다.”(304쪽)

“블록체인 기술은 암호화폐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신뢰의 구조를 바꾸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식품 산업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첨단 식품 추적 및 포장 기술과 결합하여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 과정 전반에 걸쳐 투명한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도 부동산 등기, 디지털 신원, 투표 시스템 등이 적용 대상으로 거론된다.”(336쪽)

저자는 공학을 ‘변화의 언어’이자 ‘미래를 설계하는 도구’로 제시한다.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기술의 세계를 명확한 언어와 구체적 사례로 풀어내며, 막연했던 미래 기술 지형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보여준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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