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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성’은 이제 옛말…여름만 되면 무너지는 삼성, 불펜 불안 떨쳐내며 후반기 도약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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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9 10:53:40 수정 : 2025-07-09 10:53:39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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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은 지난 시즌, 개막 전 판도예상을 뒤엎고 상위권에 도약했고, 2015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 복귀했다.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선착해있던 KIA에게 1승4패로 패해 준우승에 머무른 삼성은 2025시즌에는 우승에 도전하고자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임했다.

 

삼성의 지난겨울 최우선 목표는 불펜 보강이었지만, 불펜 최대어로 꼽힌 롯데 마무리 김원중은 잔류했고, KIA에서 FA로 풀린 장현식은 LG로부터 4년 52억원을 옵션 없이 풀보장받으며 서울로 둥지를 옮겼다. 불펜 보강에 실패한 삼성은 유이한 선발 자원 FA였던 최원태를 4년 최대 70억원에 보장했고, 외국인 투수 슬롯 하나를 키움에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에 평균자책점 부문 4위(2023년 2.65, 2024년 3.36)를 기록한 아리엘 후라도로 채웠다.

 

불펜 보강엔 실패했지만, 후라도와 최원태가 가세한 탄탄한 선발진에 타선의 강점을 앞세워 ‘3강’ 후보로 거론됐던 삼성이다.

그러나 여름 들어 삼성은 무더위를 이겨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예전만 해도 ‘여름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무더위로 유명한 대구에서 유독 맹위를 떨쳤던 삼성이지만, 최근 몇 년 동안은 여름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시즌 역시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지 못하고 순위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8일까지 열린 18경기에서 7승 11패, 승률 0.389로 10개 팀 중 9위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삼성의 순위는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불펜이다. 지난해 핵심 불펜투수들이 베테랑만이 가득했던 삼성은 올 시즌 마무리로 도약한 3년차 우완 파이어볼러 이호성과 신인 배찬승이 필승조로 자리잡았지만, 제 역할을 해줘야할 베테랑들이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난타를 당하고 있다. 그나마 베테랑 중 최고의 활약을 해줬던 좌완 백정현은 어깨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이다.

8일 창원 NC전도 베테랑 불펜들이 올라올 때마다 얻어맞으면서 역전패한 삼성이다. 7-4로 앞선 6회 삼성은 마운드에 김재윤을 올렸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58억원을 받고 삼성으로 둥지를 옮긴 김재윤은 올 시즌을 마무리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필승조와 추격조의 경계에 선 투수가 됐다. 이날도 6회에 올라오자마자 1실점하면서 스타일을 구겼다.

 

7-5로 아슬아슬한 리드 상황의 7회. 삼성 벤치의 선택은 ‘끝판왕’ 오승환이었다. 그러나 오승환은 선두타자 박건우는 삼진 처리했지만, 김휘집과 김형준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하며 1사 1,2루에서 마운드를 김태훈에게 넘겼다. 베테랑 불펜 요원 중 그나마 가장 잘해주던 김태훈이지만, 이날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오영수에게 볼넷을 내줘 1사 만루에 몰렸고, 김한별을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해 실점을 막나 싶었지만 권희동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득점권 타율이 4할 후반대에 달하는 박민우를 거르다시피 하며 볼넷으로 내보내고 2사 만루에서 서호철을 상대했지만, 서호철에게도 또 한 번 2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어느새 스코어는 7-9. 손아섭도 볼넷으로 내보내 또 한 번 만루에 몰린 김태훈은 박건우에게 적시타를 맞았지만, 우익수 김성윤의 센스있는 플레이로 2루에 진루한 손아섭을 오버런으로 잡아내며 추가 실점을 막아냈다. 7-5로 앞서던 경기가 단숨에 7-10까지 벌어졌다. 9회에 2점을 추격했지만, 삼성은 9-10으로 패했다.

8일 경기에서 볼 수 있듯, 삼성은 불펜 불안으로 역전패가 잦다. 지난달 15일 이후 6경기에서 역전패했다. 이 기간 최다 역전패 전체 1위다. 5회까지 앞선 8경기에서도 단 4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해당 부문 승률(0.500)은 최하위다. 이 기간 삼성의 팀 평균자책점은 5.31, 불펜 평균자책점은 6.93으로 모두 압도적인 꼴찌다.

 

삼성이 여름철에 부진한 성적을 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지난해엔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승률 0.489에 그쳤다. 2023년 같은 기간 승률도 0.405로 부진했다. 그해 삼성의 시즌 승률은 0.427이었다. 2022년 여름엔 승률 0.325로 시즌 승률(0.465)보다 1할 이상이 낮았다.

 

원래 삼성은 무더위에 강했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를 개장하기 전 인조 잔디 구장이었던 시민구장을 홈으로 쓰던 시절엔 원정팀들은 시민구장의 살인적인 열기에 취약했고, 상대적이로 이에 익숙한 삼성은 강했다. 삼성은 2014년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승률 0.700으로 정규시즌 승률(0.624)보다 높은 성적을 거뒀고, 2015년에도 6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승률(0.659)이 정규시즌 승률(0.611)보다 높았다.

삼성은 2016년부터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새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최악의 경기 환경에서 탈출했다. 새 구장은 산 중턱에 위치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울러 경기장엔 리그 최고급 천연잔디가 깔려 쾌적하다. 그러나 팔각형 구조의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투수들, 특히 베테랑 투수들에게 불리한 환경이 됐다. 새 구장의 가장 홈런이 많이 나오는 좌·우중간 펜스까지 거리는 홈플레이트부터 107m에 불과해 홈런을 때리기가 수월하다. 삼성 베테랑 불펜 투수들은 평소 구위로 불리한 환경을 이겨내다가 체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 단체로 무너지는 경향을 반복하고 있다.

 

삼성은 후반기 반등을 노려야 하는 처지다. 필승조 백정현이 후반기에 돌아오면 마운드 운용에 한결 숨통이 트인다. 과연 삼성이 후반기에 불펜 불안을 지워내며 시즌 전 전망대로 상위권에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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