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 런던 의회 의사당 건물 옆 윈스턴 처칠(1874∼1965) 동상에 헌화화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해방에 기여한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8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이날 2박3일의 영국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한 마크롱은 의회를 찾아 상·하 양원 의원들에게 연설했다. 영어가 능숙한 그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적절히 섞어 가며 프랑스·영국 우호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마크롱은 우선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영국·프랑스 협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이 이뤄지고 지속 가능한 평화 협상이 타결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정세와 관련해 마크롱은 이스라엘에 “지금 당장 가자 지구에서 무조건 휴전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스라엘과 마찬가지로 팔레스타인도 독립 국가로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평화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마크롱은 프랑스와 영국, 그리고 유럽이 기술 분야에 더 많은 공동의 투자를 함으로써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도 했다.
연설을 마친 마크롱은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함께 의사당 건물에서 가까운 처칠 동상으로 향했다. 그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처칠 동상에 화환을 바쳤다. 처칠은 2차대전 당시 영국 총리를 지내며 불굴의 의지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처칠은 샤를 드골(1890∼1970) 장군이 이끄는 프랑스 레지스탕스(저항군)의 활동을 적극 후원함으로써 2차대전 초반 나치 독일에 점령된 프랑스의 국권 회복을 도왔다. 전후 프랑스가 미국·영국·소련(현 러시아)과 나란히 패전국 독일 분할 점령에 참여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이 되는 데에도 처칠의 역할이 막중했다.

한편 마크롱의 국빈 방문을 계기로 프랑스 정부는 국보급 문화재인 ‘바이외(Bayeux) 태피스트리’를 오는 2026년 9월부터 10개월 동안 런던 영국박물관에 대여한다고 밝혔다. 바이외 태피스트리는 1066년 노르만인의 잉글랜드 정복 이야기를 그림으로 묘사한 자수 작품이다. 11세기 유럽인들의 복장과 무기, 풍습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사료로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프랑스에서 만들어졌으나 영국 역사의 가장 중요한 장면을 기록하고 있는 이 태피스트리가 영국으로 옮겨져 전시되는 것은 제작 후 900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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