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고속도 ‘원안’ 종점 방문…“원안이 최적안”
“김건희 일가 위해 권력 도구화…특검서 규명”
“주요 관련자 ‘출금’ 타당…수사에 적극 협조”
#1. “대통령만 바라보지 말고 국민을 바라보십시오.” 2023년 7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페이스북에는 ‘날 선’ 글이 올라옵니다. 원희룡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너무 안타깝고 한심스럽다”고 토로한 김 지사의 비판 글이었습니다. 요약하면 대통령에게 충성경쟁을 하지 말고 국민을 보라는 겁니다. 김 지사는 ‘가짜뉴스 의혹’이 있으면 정부정책을 모두 백지화할 것이냐며, 7년간 진행돼 온 양평고속도로 사업이 장관의 감정적 말 한마디로 바뀌는 것 자체가 ‘국정 난맥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처가에 대한 특혜 의혹을 불러온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해 첫 포문을 연 것입니다.
#.2 같은 해 8월 김동연 지사는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합니다. “양평고속도로 변경안은 기획재정부가 (경기도와) 협의를 안 거쳤다”며 국토부 변경안(강상면 종점)이 아닌 원안(양서면 종점) 추진을 거듭 요구했습니다. 이어 10월에는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과 관련한 ‘로데이터’가 있다면 (경기도가 직접) 경제성 분석을 할 것”이라며 초강수를 둡니다. 기재부에서 경제 관료로 오랜 세월 잔뼈가 굵은 김 지사에게 경제성 분석은 낯선 단어가 아니었습니다. 국토교통위의 경기도 국정감사에 참석한 그는 “의원실이 가진 로데이터를 갖고 분석해 도민에게 명명백백한 양서면 종점 노선(원안)의 타당성을 제시할 의향이 있느냐”는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이처럼 답합니다. 다만, “이 문제가 (지엽적인) 경제성 문제로 쏠릴까 걱정”이라며 “본질인 ‘누가, 왜, 어떻게’에 대한 답이 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듬해인 2024년 10월 국정감사 때도 “국정조사를 해서 의혹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죠.

◆ “충성경쟁 하지 말라, 국정 난맥상”…2年 前 탄핵 예고
짧은 시간이지만 정권이 바뀌고, 역사가 다시 쓰였습니다. 8일 오후 양평고속도로 현장을 찾은 김동연 지사는 “(윤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일가의 탐욕을 위해 권력을 도구로 활용한 정황이 너무나 명백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경기도는 자료 임의제출을 포함해 특별검사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약속합니다.
그러면서 “특검에서 주요 관련자들을 출국 금지한 건 타당한 조치이고, 여기에 관련된 사람들은 고해성사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부 야당 인사가 출국금지를 두고 정치적 탄압이라고 얘기한 데 대해 ‘어불성설’이라며 선을 그은 겁니다.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은 원희룡 전 장관과 양평군 공무원 등에게 출금 조처를 내린 상태입니다.
이날 현장 방문은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동안 끊이지 않은 양평고속도로와 관련된 노선변경 특혜 의혹에 이제는 마침표를 찍자는 강력한 시위였습니다.

원안의 종점인 양서면 청계리 54-1을 찾은 그는 “도대체 누가 지난 3년을 허송세월하게 했는지, 양평군민과 경기도민에게 피해를 줬는지 철저히 밝혀야 한다”며 ‘원안’이 최적안이라고 재차 언급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전진선 양평군수가 최근 ‘변경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가능하다면 양평군, 군수와 함께 의논해 가장 합리적 원안으로 추진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도 “이미 원안대로 했으면 벌써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 “로데이터 있다면 경제성 분석…道·기재부 ‘변경안’ 협의 안 거쳐”
서울 송파구 오금동과 경기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양평고속도로는 2017년 정부의 건설계획에 포함된 사안입니다. 27.0㎞ 구간의 4~6차로로 예정됐는데 윤석열 정부 시절 예비타당성조사까지 마친 노선이 돌연 변경됩니다. 변경된 노선이 김건희씨 일가의 땅을 지난다는 사실은 2023년 5월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내용이 공개되면서 드러났습니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되자 국토부 장관이었던 원희룡 장관은 사업 자체를 ‘백지화’시켜버립니다. “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 지사는 이날 이재명 정부와 협력해 서울~양평고속도로가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 사업에 이미 60억원 넘게 예산이 반영됐지만 논란이 일면서 한 해는 불용이 됐고, 다음 해에는 아예 그 예산이 삭감됐다”며 “경기도는 새 정부와 함께, 국정기획위원회라든지 또는 관련 부처와 협의해 당초 안대로 빨리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탄핵을 거쳐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수년간 눌러 담고 있던 김 지사의 가슴 속 얘기도 터져 나온 듯 보입니다. 그만큼 이날 그의 발언들은 ‘진상규명’과 ‘특검’에 쏠려 있었습니다.
“권력을 도구로 사익을 채우고 탐욕을 채우려다 벌어진 일이 아닌지, 정부 기관과 관련된 여러 단체가 협조 내지 사주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는 요지였습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막혔던 사업이 빨리 재개되도록 진실규명 역시 속도가 붙었으면 합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경기 동부권 지역민들의 숙원이었습니다. 이런 절실함을 모르는 정치인들로 인해 좌초될 뻔한 사업의 재개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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