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포백보다 체력 아껴 무실점 견인
“2026년 북중미 월드컵 때 플랜A 될 수도”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홍명보(사진) 축구대표팀 감독이 ‘스리백’ 카드를 꺼냈다. 아시아 팀을 상대로 포백을 사용했던 홍 감독이 월드컵 무대에서 만날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 수비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다. 홍 감독은 스리백이 “월드컵에서 플랜A가 될 수 있다”며 전술 변화를 예고했다.
홍 감독은 지난 7일 용인 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남자부 1차전에서 중국을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전부터 수비 점검에 신경 쓰겠다고 밝힌 홍 감독은 김주성(FC서울)과 박진섭(전북 현대), 박승욱(포항 스틸러스)을 스리백으로 선택했고, 이태석(포항)과 김문환(대전 하나시티즌)을 좌우 윙백에 배치했다. 준비 시간이 짧은 탓에 수비수 간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도 일부 있었지만 이들은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치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홍 감독은 “전통적인 수비수 3명이 스리백 역할을 맡았는데 공격 루트를 만들어간 부분이 굉장히 좋았다”며 “세 중앙 수비수 볼 배급이나 전환 등이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돌아봤다.

수비수 네 명이 수비라인을 유지하면서 지역방어를 펼치는 포백과 달리 스리백은 수비수 셋이 상대 공격수를 협업해 밀착 마크하는 게 특징이다. 포백에서 수비수 네 명 중 양 끝에 위치한 풀백이 공수 전환을 담당한다면, 스리백에서는 미드필더로 출전한 윙백이 이 역할을 맡는다. 수비수 셋은 오롯이 수비에만 집중하다 보니 체력적으로 유리하다. 수비할 땐 윙백이 내려와 파이브백으로 전환해 촘촘한 수비가 가능해진다.
공격으로 전환할 땐 윙백이 측면을 넓게 활용해 상대 수비라인을 끌어올릴 수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2002 월드컵 당시 스리백으로 4강 진출을 이뤘다. 당시 홍 감독은 이 팀 주장이자 핵심 수비수였기 때문에 스리백에 대한 전술적 이해도가 높다. 센터백 둘이 수비에 집중하고 풀백이 공격에 가담하는 포백은 최근 축구 트렌드로 자리 잡았지만 스리백은 상대 전술이나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성을 더할 수 있다. 홍 감독은 중국을 상대로 스리백을 사용하면서도 좌우 수비수가 상황에 따라 공격적으로 올라가는 형태로 변화를 시도했다.
홍 감독이 스리백을 실험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북중미 월드컵이 열리는 지역의 무더운 기후와 긴 이동 거리 등 체력 소모가 큰 환경 때문이다. 홍 감독은 “선수들이 얼마나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전술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라며 “앞으로 어떤 선수가 스리백에서 수비적, 공격적 역할을 맡게 될지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계속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의 스리백은 동아시안컵 홍콩전과 일본전을 치른 뒤 유럽파가 모두 합류하는 9월 A매치에서 본격적인 실험대에 오르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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