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점령 통치를 받은 나라들 중 하나인 리투아니아를 찾아 용서를 구했다. 오늘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에는 독일군이 주둔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이날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외곽의 파네리아이 숲을 방문했다. 리투아니아는 함께 ‘발트 3국’으로 불리는 에스토니아·라트비아와 더불어 2차대전 도중인 1941년 7월부터 1944년 7월까치 나치 독일의 점령 통치를 받은 쓰라린 경험이 있다. 해당 기간 파네리아이 숲에선 유대인 7만명을 포함해 리투아니아에 거주하던 민간인 약 12만명이 나치에 의해 처형을 당했다.

이날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긴타우타스 팔루츠카스 리투아니아 총리와 함께했다. 그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관에 헌화하고 고인들의 넋을 기렸다. 희생자 대부분이 유대인이라는 점을 감안한 듯 유대인 남성들이 머리에 쓰는 동그란 전통 모자 ‘키파’를 착용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나토의 동쪽 최전선에 있으면서 러시아와 가까운 리투아니아 방어에 독일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리투아니아는 이웃나라 에스토니아·라트비아와 더불어 18세기부터 수백년간 제정 러시아 지배를 받았다. 1917년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고 공산주의 소련이 성립하며 독립의 기쁨을 맛봤다. 하지만 1939년 2차대전 개전 직후 소련에 강제로 병합되고 이후 나치 독일과 소련 간의 전쟁터로 전락했다가 결국 소련의 일부로 남고 말았다.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독립국 지위를 되찾은 것은 냉전 종식과 소련 해체 이후인 1991년의 일이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유럽의 안보 불안이 가중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음 먹잇감은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이 될 것’이란 예측이 제기됐다. 그러자 독일은 리투아니아에 1개 여단 병력의 육군 부대를 주둔시키기로 했다. 현재는 400명 규모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7년까지 5000명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2차대전 패전 이후 독일이 외국에 자국 군대를 주둔시킨 것은 리투아니아의 사례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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