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플래너 꿈꾸다 요리 매력 빠져
2023년 ‘나우 남영’ 레스토랑 문 열어
이탈리안 요리 베이스로 다양한 도전
레몬치즈 링귀니 파스타도 먹어봐야
“빠른 피드백과 소통, 셰프의 큰 매력”

진로를 고민하던 고등학교 시절, 파티 플래너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고 파티 음식을 제대로 배워보기 위해서 미국 존슨앤드웨일즈대학교에서 조리학을 전공했다. 졸업할 때까지도 셰프라는 직업은 염두에 두지 않았는데 첫 직장이던 미국 뉴욕의 미슐랭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 마레아(Marea)에서 일하면서 처음으로 셰프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마레아에서 4년 동안 일한 뒤 한국에 돌아온 박 셰프는 서울의 레스토랑 보틀러에서 헤드셰프로 일하다 2023년 자신의 첫 레스토랑인 나우 남영을 열었다.
서울 남영동 작은 골목의 건물 2층에 있는 나우 남영은 박 셰프가 파티셰인 동업자와 운영하고 있다. 박 셰프는 와인을 사랑하고 파티셰는 음식을 사랑하기 때문에 음식, 와인, 빵, 디저트를 모두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고 손님들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올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박 셰프 요리는 이탈리안 요리가 베이스이지만 경계를 두지 않고 여러 가지를 시도한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음식과 와인의 궁합이다. 특히 화이트 와인과 잘 어울리는 음식을 추구한다.

시그니처 메뉴는 브레이징 문어와 레몬치즈 링귀니 파스타. 두 가지 모두 화이트 와인과 너무 잘 어울리고 박 셰프와 파티셰가 레스토랑 오픈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메뉴다. 박 셰프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에 ‘키친 갱스터’로 출연한 덕분에 손님들이 더 많이 찾는 메뉴가 됐다. 브레이징 문어와 레몬치즈 링귀니 파스타 모두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다는 점이 특징이다.

브레이징 문어는 살아있는 활문어를 직접 손질해 부드럽게 브레이징한 뒤 헤이즐넛, 알감자 콩피, 그린올리브, 오이, 케이퍼 같은 여러 부재료들을 샐러드처럼 드레싱과 함께 버무려 제공한다. 문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부드럽게 하는 데 집중해서 만드는 요리로 실제로 맛을 보고 부드러운 식감에 놀란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다른 곳의 문어 요리와 차이점은 차가운 요리도 뜨거운 요리도 아닌, 상온의 상태로 서빙된다는 점이다. 처음 온도에서도 맛있게 즐길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서 차갑게 식은 후에도 맛있기 때문에 와인 안주로 즐기기에 매우 훌륭하다.
레몬치즈 링귀니 파스타는 이름 그대로 레몬과 치즈가 주재료이며 두 가지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심플하면서도 조화로운 음식이다. 발효버터로 기본 소스를 만들어 고소함이 더해지기 때문에 레몬의 산미가 튀지 않고 서로 보완되면서 밸런스가 잘 맞는다. 링귀니면, 레몬, 버터, 치즈(레지아노·페코리노)로 완성되는 요리로 단순한 식재료를 가장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치즈랑 레몬으로만 간을 맞추기 때문에 미묘한 밸런스에 신경을 많이 쓴다. 파스타 서빙 뒤 레몬을 짜주고 치즈가 안 보일 때까지 잘 섞어주기에 고객의 테이블에서 완성된다. 레몬즙이 그대로 들어가기에 신맛이 날까봐 걱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레몬의 산미가 들어가면서 버터와 치즈를 하나로 만들어준다.
박 셰프는 적절한 조리법으로 재료 본연의 맛, 계절감, 식감을 최대한 살리는 것을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또 한 접시 안의 통일된 식감은 자칫 지루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다양한 식감을 함께 담으려고 고민하며 요리를 구상한다. 이에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조금 더 뚜렷하게 나누는 중이다. 둘 사이에서 중간 지점을 잘 찾으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른 종류의 요리도 해보고 싶다.

셰프는 항상 새로운 도전으로 새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또 셰프는 한 레스토랑을 책임지는 큰 역할도 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 손님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주방은 늘 새로운 일들이 발생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항상 무언가를 발전시켜야 하기에 순간순간이 미션이고 도전이다. 그만큼 셰프는 어려운 직업이지만 요리에 대한 손님의 피드백을 곧바로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은 셰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유한나 푸드칼럼니스트 hannah@food-fantasy.co.kr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