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연기… 환갑에 다시 맡아
생계 탓 7년여간 무대 떠나기도
“지금·미래의 예술가 위한 작품”
이철희 연출… 17일부터 남산서

국립극단 연극 ‘삼매경’이 17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국 연극사에 천재로 기록된 극작가 함세덕(1915∼1950)의 대표 희곡 ‘동승’을 재창작한 작품이다. 7일 서울 남산 국립극단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철희 연출은 “한국 연극사에도 좋은 작품이 많은데 왜 그런 작품을 소환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그전 극작가가 써놓은 작품을 보면 감히 쓸 수 없는 깊이, 세상을 보는 시선이 폭넓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전통 작품을 재해석한 이유를 설명했다.
1939년 유치진 연출로 초연된 원작은 깊은 산 속에서 자신을 두고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동자승 도념의 이야기를 그렸다. 당시 대호평을 받았고 영화로도 제작돼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삼매경’은 34년 전 도념 역을 연기한 후 그 역할을 실패라 여기고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배우 이야기를 다룬다. 이를 위해 1991년 박원근 연출작에서 도념 역을 맡아 제15회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과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인기상을 받았던 배우 지춘성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환갑이 된 현재의 자신을 연극 속 캐릭터와 일치시켜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지춘성은 “대본을 처음 받아들고 대사량에 압도돼 예순(나이)에 이 대사량을 소화할 수 있을까 걱정이 가장 컸다”며 “원작과 내 이야기, 연극적 이야기가 잘 버무려져 있어 진짜 잘 썼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동안 배우인 지춘성은 1988년 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후 연극 무대에서 활동하다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7년여간 무대를 떠난 바 있다. 지춘성은 “동승을 잘할 수 있었던 건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지배적이었다”며 “‘나는 무대에서 더 좋은데, 더 빛날 수 있는데’하는 생각에 주변 도움으로 연극계에 다시 진입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존버(오랫동안 버티기)하다보니 좋은 기회가 온 것 같습니다. 이 시대 예술가들, 과거·미래의 예술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니 많이들 보러와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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