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당국자가 6일 “올해 북한인권보고서의 공개 발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북한 인권 실상을 널리 알린다며 윤석열정부 시절인 2023년과 2024년 잇따라 보고서를 공개한 것과 달리 정권이 바뀐 올해부터는 비공개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난 뒤 악화일로를 걸어온 남북 관계의 복원에 무게를 두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점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2600만 북한 주민들의 인권 옹호를 위한 우리의 정책이 정권 교체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는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2018년부터 매년 북한인권보고서를 펴내고 있다. 보고서를 비공개로 한 문재인정부와 달리 윤석열정부는 이를 모든 국민에게 공개했다. 아울러 영어 번역본을 만들어 외국 정부에 배포하기도 했다. 탈북민 등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한 해당 보고서에는 북한 10대 청소년들이 한국 드라마 등 영상물을 몰래 보다가 들켜 공개처형을 당했다는 등 끔찍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를 처음 접하고 북한 김정은 체제의 인권 탄압 실태가 이 정도였나 싶어 엄청난 충격을 받은 이가 많았을 것이다.
김대중정부를 시작으로 역대 진보 성향 정권들은 북한의 인권 문제를 대놓고 거론하길 꺼렸다. 노무현정부 시절 유엔총회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에서 기권을 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괜히 북한 정권을 자극해 남북 관계만 더욱 악화시킨다는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세계 최악의 수준으로 알려진 북한의 인권 유린은 한반도를 넘어 국제사회의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정부의 북한인권보고서 비공개 조치가 남북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는 생각만큼 어리석어 보인다.

우리가 통일을 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이다. 탈북민에 더해 북한 주민 중에도 ‘통일이 이뤄지면 지금보다 더욱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이가 많다. 미국 등 우방들이 우리의 통일 노력을 지지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정부는 북한인권보고서에 관한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이 북한 주민들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나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하길 바란다. 보고서를 아예 비공개하는 경우 그것이 미칠 파장까지 충분히 감안하면서 마지막까지 신중한 판단을 내릴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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