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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식품표시 없는 닭꼬치를 팔았다?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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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7 07:00:00 수정 : 2025-07-07 02: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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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PD 출신 유튜버, 백종원 저격
더본 ‘식자재 재활용’ 의혹 제기해
보관 창고·식품표시 관련 주장했지만
대부분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돼

“백종원 대표님, 이 닭꼬치 먹어도 되는 건가요?”

 

지난달 20일 전직 MBC 프로듀서 출신 유튜버 김재환씨는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오재나’를 통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를 저격했다. 김씨는 더본코리아가 지역축제를 지원하기 위해 빌린 창고에 의도적으로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지역축제에 사용해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식자재 중에선 식품표시도 적혀 있지 않은 닭꼬치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유튜버가 지적한 창고는 더본코리아 외에도 다른 상인들이 공동으로 사용해왔고, 영상 속 닭꼬치는 더본코리아가 아닌 충남 예산시장 영세상인이 판매를 위해 보관하던 물품이었다.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오재나’에 게재된 ‘백종원 대표님, 소비기한 지난 식자재 몰랐습니까?’ 영상에서 유튜버 김재환씨가 의혹을 제기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창고, 더본 소유 아냐…예산상인과 공동 사용

 

김씨는 영상에서 더본코리아의 식자재가 보관된 창고가 이번 의혹의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창고는 (백 대표가) 빠져나갈 수 없는 증거”라며 “그들(더본코리아)이 의도적으로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지역축제에 사용해왔다는 중요한 간접 증거가 된다”고 말했다. 

 

취재 결과 해당 창고는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 인근에 있는 A유통 소유의 냉동·냉장창고로 확인됐다. 더본코리아 소유의 창고가 아니고, 창고를 빌린 주체도 더본코리아 본사가 아닌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이었다. 창고는 더본외식산업개발원 예산센터뿐 아니라 예산상설시장 내 6∼7곳의 상점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 보관 창고였다. 더본코리아 측은 “해당 창고는 2024년 4월부터 현재까지 A유통과의 임대계약을 통해 사용 중”이라며 “A유통과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의 관계는 임대인과 임차인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A유통이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의 지난 4월분 보관료 및 배송수수료를 정산한 문서. 

 

◆더본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칩 구매해 폐기”

 

김씨는 영상에서 더본외식산업개발원 측이 보관한 식자재 일부가 소비기한이 지난 채 보관됐고, 해당 식자재들이 더본코리아가 참여한 지역축제들에 다시 활용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앞서 더본코리아가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은 폐기를 위해 일정 기간 통합 보관한 뒤 일괄 폐기하고 있다’고 해명한 데 대해 “말도 안 되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의혹이 예산축제를 넘어) 지역축제 전반으로 번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또 “축제에 간 관광객들이 인간 짬통입니까”라며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들이 다시 지역축제에 투입됐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들을 이어갔다.

 

더본코리아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더본코리아 측은 ‘제품 폐기 과정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질의에 대해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은 폐기량에 따라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칩을 구매해 예산군 음식물쓰레기 수거업체인 B환경을 통해 폐기가 이뤄졌다”고 답했다.

 

◆닭꼬치, 더본과 무관…영세상인 몫 식자재

 

김씨는 소비기한이 지난 식자재 관련 제보 사진과 영상을 보여주며 “제가 제일 놀랐던 건 닭꼬치다. 이건 소비기한 표시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박스에도 비닐 포장된 제품에도 누가 만들었는지, 원산지는 어디인지, 성분은 뭔지 아무 표시가 없다”며 더본코리아 식자재 의혹의 정점으로 소개했다.

 

취재 결과 해당 닭꼬치는 더본코리아가 아닌 영세상인 C씨가 보관 중이었다. C씨는 초기 창업 시 더본외식산업개발원의 메뉴·운영 컨설팅 등 기본 창업 지원을 받았지만, 이후 점포 운영·매출·제품 유통 등은 독립매장으로 직접 전담하고 있었다. 더본코리아는 “해당 닭꼬치 제품의 유통·보관·판매는 개인사업체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부분으로, 더본코리아는 닭꼬치 제품의 제조·공급·물류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제품 관련 필수 사항이 표기돼 있지 않다는 의혹도 사실이 아니었다. 김씨는 닭꼬치 박스를 열어 비닐 포장 윗면만 확인한 채 식품표시가 없다고 단정했지만, 관련 정보는 제품 아랫면에 표기돼 있었다.

 

유튜버 김재환씨가 닭꼬치 관련 영상 제보를 소개하는 모습. 제보자는 닭꼬치 비닐 포장 윗면만 확인하고 아랫면은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캡처 

◆부메랑 된 저격…갑질 논란 불거져

 

김씨의 닭꼬치 의혹은 김씨의 ‘갑질 논란’으로 번졌다. 매일신문 보도에 따르면 C씨는 영상이 업로드된 직후 김씨에게 이메일로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김씨는 “제보자 증언과 영상이 그랬다” “당신과 더본코리아의 관계를 안다” “(스튜디오) 오재나는 백종원에게 질문했는데 당신이 답변해야 할 이유가 없다”며 C씨의 요청을 거절했다. 이어 “앞으로는 답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답변을 거부했던 김씨는 3시간쯤 뒤 이메일로 C씨에게 5가지 서류를 요구했다. C씨가 받은 닭꼬치가 정상적인 제조사로부터 생산됐는지 직접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다. 

 

김씨가 요구한 5가지 서류는 △납품처 법인 사업자등록증 △축산물가공품(분쇄가공육) 허가증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서 △올해 실시된 공인자가품질검사서 6회분(월 1회) △품목제조보고서(닭꼬치 제품)다.

 

C씨는 김씨에게 자료를 보내지 않았다. C씨는 매일신문에 “이런 식으로 무관한 사람도 억측으로 죄인 만드는 사람에게 내 거래처를 다 표시해서 보낼 수 없었다. 소중한 내 거래처가 피해를 받으면 안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C씨의 거래처는 김씨가 요구한 5가지 증명 서류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C씨의 거래처가 적법한 과정을 거쳐 닭꼬치를 생산했다는 뜻이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5가지 서류들. 유튜버 김재한씨는 닭꼬치 관련 정정보도 요청자에게 해당 서류들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5가지 서류들. 유튜버 김재한씨는 닭꼬치 관련 정정보도 요청자에게 해당 서류들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김씨는 영상 말미에서 “백종원의 반응이 없으니까 벽보고 얘기하는 느낌이다. 지치기도 한다”면서도 “그래도 힘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부터 김씨가 제기한 ‘백종원 닭꼬치’ 의혹을 검증하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김씨는 이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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