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51·사법연수원 30기)이 6일 자신의 손으로 정치 검찰 시대의 마무리와 함께 개혁을 향한 ‘장의사’가 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임 지검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 금요일, 서울동부지검에 첫 출근했다. 2018년 2월 서지현 검사의 미투로 발족된 진상조사단에 참고인으로 출석했었다. 그때처럼 건물 모퉁이를 도니 저 멀리 기자들의 카메라가 보였다. 참고인에서 검사장으로, 겨울에서 여름으로의 계절 변화처럼 많이 달라진 듯한데, 그때나 지금이나 검찰의 현실이 참담해 속이 상했다. 2018년 그때라도 제대로 고쳤다면, 수사구조 개혁의 해일이 이처럼 거세게 밀려들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인천세관 마약 밀수 사건을 잘 챙겨봐 달라는 당부를 많이 듣고 있는데, 그 사건은 대검 합동수사팀에서 수사하고, 서울동부지검은 공간만 빌려주는 것이라 제가 관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백해룡 경정님께 사정을 설명드리고, 내부고발자로서 흔들리지 말고 가야 할 길, 계속 함께 가자고 당부하는 의미에서 박정훈 대령님과 함께 격려 방문 와 주십사 부탁드렸다”고 했다.
임 지검장은 검찰 내부에서 꾸준히 개혁의 목소리를 내온 대표적 인물이다. 2007년 ‘도가니 사건’ 공판검사로 알려졌고, 2012년 고 윤중길 씨 재심 사건에서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해 정직 4개월 징계를 받았다. 2021년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을 폭로했고, 2022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국면에서도 검찰 조직의 문제를 공개 비판한 바 있다.
임 지검장은 “취임사에서 잠시 소개했었지만, 서울동부지검은 검찰 수사관들이 청사 앞 ‘란 다방’에 모여 검찰 수뇌부의 결정에 반기를 드는 집단소송을 결의한 속칭 ‘란 다방의 난’으로 유명한 청”이라며 “인사 불이익 등 대검의 탄압이 워낙 심해 결국 진압 당했었지만, 결기의 DNA가 있어 여기라면 해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검찰을 고치는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능력이 부족해 검찰의 장례를 치르는 장의사가 되겠구나라고 생각한 지 오래”라며 “한 시대를 잘 마무리지어야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니 장의사 역시 너무도 막중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잘 감당해 볼 각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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