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야당 대표 시절 우크라이나에 “우리가 집권하면 타우러스(Taurus) 미사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현 독일 총리 앞으로 “공약을 이행하라”는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시장이 청구서를 보낸 장본인이다.

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이날 신문 기고문에서 “메르츠 총리는 과거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표적 삼은 러시아의 공격을 거론하며 ‘타우러스 미사일을 내줘야 한다’고 아주 정확하게 말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테러가 더욱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리 도시(키이우)에서만 건물 2000채가 파괴됐다. 부상자와 사망자도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휴전, 평화, 전쟁 종식 등을 원치 않으며 그저 우크라이나 전체를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싶어할 뿐”이라고 단언한 클리치코 시장은 “만약 우크라이나에서 푸틴을 막지 못 한다면 그는 조만간 다른 나라들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 방산업체가 만든 타우러스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이다. 500㎞ 넘는 긴 사거리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이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경우 큰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지하 벙커도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줄곧 독일 정부에 타우러스 미사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사회민주당(SPD) 소속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끈 전임 정부는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거부했다. 이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인도한다면 러시아·독일 양국 관계를 완전히 망칠 것”이라는 푸틴의 협박을 의식한 측면이 크다.

SPD 정권 시절 제1야당이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은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인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2024년 12월 CDU 대표이던 메르츠 총리는 독일 하원 총선을 앞두고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집권 시 타우러스를 우크라이나에 내줄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총선의 결과 CDU·CSU 연합이 승리해 지난 5월 메르츠 총리 내각이 출범했음에도 타우러스 미사일에 관한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키이우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타우러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1971년생인 클리치코 시장은 권투 선수 출신으로 WBA 헤비급 인터내셔널 챔피언(2001), WBC 헤비급 세계 챔피언(2005) 등을 지냈다. 2013년 우크라이나의 민주화 시위에 참여해 주도적 역할을 했고, 이듬해인 2014년 5월 키이우 시장에 당선돼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