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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도 고된데… 일부 보호자, 가정부 취급 마음이 더 지쳐” [심층기획-2025 간병지옥 리포트]

입력 : 2025-07-07 06:00:00 수정 : 2025-07-07 10:5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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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요양보호사의 하루

“튜브로 물·영양식 넣을 때마다 울컥
화장실 이동·대소변 보조할 때는
환자가 부끄럽지 않게 더 조심해”

요양보호사 업무, 일상생활보조役
청소·세탁 등 집안일 요구에 폭언도
욕창·관장 치료는 방문간호사 업무

“어르신∼. 잘 계셨죠?”

 

지난달 20일 오전 9시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 한 전원주택. 남양주방문요양센터 소속 요양보호사 김정화(65·가명)씨가 센터에서 약 21㎞ 떨어진 이곳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에 누워 있던 정상민(86·가명)씨가 ‘반갑네, 고마워’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요양보호사 김정화씨가 지난달 20일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 있는 노인장기요양보호 대상자 정상민씨 자택에서 신체돌봄을 하고 있다. 남양주=송동근 기자

정씨는 1년 전 위 전부를 절제했다. 팔다리 편측마비와 치매도 앓고 있다. 스스로 거동은 물론 대소변조차 가리기 어려운 노인장기요양보호 대상자다. 김 보호사는 정씨가 위 수술 후 퇴원했을 때부터 간병을 해왔다.

 

김 보호사는 자신이 돌보는 시간 외엔 대체로 침대에 누워 있는 정씨를 위해 가급적 같이 산책하러 나가려고 한다. 밖에 나가 바람과 햇볕을 쬐다 보면 기분도 나아지고 삶에 대한 의지도 생기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 보조업무 일일체험에 나선 기자가 정씨를 휠체어로 옮기려 몸을 안으려고 하자 지켜보던 김 보호사가 빙그레 웃으며 자신이 하겠다고 막아선다. 김 보호사는 씨름 샅바 잡듯이 정씨 윗옷과 바지를 한꺼번에 잡더니 힘들이지 않고 휠체어로 옮겼다.

 

김 보호사는 동네 골목길 산책길에서 정씨 무릎에 담요를 덮으며 “저기 울타리 장미꽃이 너무 예쁘죠? 내년에도 꼭 같이 봐야 해요”라고 살가운 말을 건넸다.

김 보호사는 1년간 정씨를 돌봤음에도 식사를 도울 때는 여전히 목울대가 뜨거워진다. 정씨가 위를 절제한 탓에 경관급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과 영양식은 코에 연결한 튜브로 주입해야 한다. 내용물이 역류해 사레라도 들리면 호흡곤란, 경련, 구토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튜브 연결 상태나 체온, 체위, 얼굴 표정까지 살펴야 한다. 한 번에 1시간 정도, 하루 3∼5번씩 되풀이하는 경관급식은 김 보호사는 물론 정씨에게도 매우 고된 시간이다. 그럼에도 ‘수고했다’는 말은 언감생심이다. 정씨가 뇌경색 후유증과 치매 등으로 말을 제대로 못 하는 데다 인지능력도 현저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김 보호사는 “어르신이 밥을 못 드셔서 그런지 자꾸 배고프다고 하시는 게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난생처음 요양보호사 체험에 나선 기자 입장에선 화장실 이동과 대소변 보조가 제일 고역이었다. 정씨의 기저귀가 대소변으로 묵직할 정도로 꽉 차 있는 것을 확인한 김 보호사가 능숙하게 사타구니와 엉덩이에 남아 있던 대변을 닦아낸 뒤 정씨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 금세 보송보송한 새 기저귀로 갈았다. 60대 여성이 80대 외간 남성의 성기를 보는 게 민망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럴 때 기분이 어떠세요?”라는 물음에 “어르신이 많이 부끄러우시겠죠.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정중하게 기저귀를 갈려고 노력합니다”는 현답이 돌아왔다.

 

김 보호사는 “일은 고되지만 한마디도 못하시는 어르신이 저를 알아봐 주시고 아침마다 반가운 눈빛을 건넬 때면 모든 피로가 사라진다”고 활짝 웃었다.

 

김 보호사는 정씨만 돌보는 게 아니다. 대개 하루 평균 4가정을 돌본다. 교통비는 지원되지 않고 식사도 이동 중 간단히 해결할 때가 많다. 김 보호사는 “수급자의 변동에 따라 근무지가 자주 바뀌는 특성상 장기근속 수당을 받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몸도 힘들지만 더 지치는 건 우리(요양보호사)를 ‘가정부’처럼 대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가 도입되면서 활동하기 시작한 요양보호사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본인의 신체활동 지원과 인지활동, 정서지원, 일상생활 보조에 한정돼 있다. 그럼에도 수급자 가족들이 함께 산다는 이유로 식사 준비, 세탁, 냉장고 정리 등 가족을 위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보호자는 수급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집에 와서 청소 등 집안 정리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요양보호사들에게 관장, 욕창 치료 등을 요구하는 가정도 있는데 이는 방문간호사 업무 영역이다. 김 보호사는 “한번은 어르신 가족이 무릎에 약을 대신 발라달라고 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고 정중히 거절했더니 버럭 화를 내시더라”고 말했다.

 

요양보호사는 감정 노동의 강도도 센 편이다. 치매를 앓는 수급자의 갑작스러운 폭언과 폭력은 다반사다. 도둑 누명, 심지어 성희롱에 해당하는 일을 당할 때도 있다. 김민준 남양주방문요양센터 대표는 “첫 방문 시 서비스 범위를 명확히 하고, 부당한 요구는 즉시 보고하도록 교육하고 있지만 이것이 보호자들과의 관계 악화로 이어질까 봐 혼자만 앓는 요양보호사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경기 남양주시 노인장기요양보호 대상자 정상민씨 자택에서 기자가 휠체어를 밀고 있다.

‘월급 100만원, 인력 10명 중 6명 60∼70대.’ 2025년 우리나라 노인돌봄 종사자들의 현주소다. 장기요양보험제에서 현재 활동 중인 요양보호사는 약 61만명. 수급자가 130만명인 것에 비하면 46.8%로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중 60∼70대 고령 여성이 60%를 차지한다. 이들의 월평균 수입은 100만원 수준으로 자격을 취득하고도 일을 꺼리는 비율이 무려 80%에 달한다. 게다가 높은 이직률로 전문성을 갖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크다.

 

일각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처우 개선과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일본의 ‘개호복지사’에 주목한다. 개호복지사는 고교 졸업 뒤 전문학교에서 2년(1800시간) 이상 교육을 이수하거나 복지계 고교를 나와야 한다. 현장을 지도할 수 있는 실무자가 되려면 450시간의 연수도 받아야 한다. 승급이 되면 월급도 대폭 오른다.

 

이재원 인하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어느 직군이나 능력에서의 차이가 임금에 직접 반영되는데, 요양보호사는 온라인만으로도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며 “지금의 낮은 진입 장벽을 높여 역량이 향상된다면 임금을 높이는 근본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사회서비스원 같은 정부기관에 위탁하는 방식의 체계적 관리·감독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남양주=송동근 기자, 강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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