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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 깬 혁신… ‘무경계’ 공연에 흠뻑 빠지다

입력 : 2025-07-06 19:54:00 수정 : 2025-07-06 21: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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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싱크 넥스트’ 개막

루시드폴·정마리·부지현 작가 첫 무대
관객들 누워서 즐기고 자유롭게 이동
다양한 예술가들 실험적 시도에 초점

9월6일까지 18개팀 32차례 공연 선봬
조지 웰즈 작품 재해석한 ‘문 속의 문’에
‘빠더너스’ 문상훈쇼까지 라인업 화려

‘당대 공연예술을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제작 극장이 되겠다’는 선언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이 2022년 시작한 ‘싱크 넥스트(Sync Next)’가 4회째인 올해에도 다채로운 무대로 관객을 맞는다.

지난 4∼6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개막 무대를 장식한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온 싱크 넥스트 25’는 동시대 예술의 ‘실험성’과 ‘무경계’를 전면에 내세운 싱크 넥스트의 취지처럼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었다. 싱어송라이터에서 앰비언트 음악으로 음악적 언어를 확장해 온 루시드폴, 정가(正歌)와 그레고리안 성가의 접점에서 소리의 근원을 탐구하는 정마리, 제주 바다를 미학적으로 감각하는 부지현 작가(설치미술가)는 서로 다른 속도와 주기로 진행되는 실황공연을 펼쳤다. 관객 역시 무대 곳곳을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앉거나, 심지어 누워서 자신의 속도와 방식으로 공연을 감상했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5일 ‘싱크 넥스트 25’ 개막작으로 S씨어터에서 선보인 ‘루시드폴, 정마리, 부지현 온 싱크 넥스트 25’의 공연 모습.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싱크 넥스트는 9월6일까지 총 18개팀의 11개 프로그램 32회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싱크 넥스트는 이런 방식으로 9월6일까지 총 18개팀의 11개 프로그램이 S씨어터에서 32차례 펼쳐진다. 새로운 창작자 발굴과 실험적 시도에 초점을 맞춘 싱크 넥스트답게 대부분이 창작·초연작품이라는 게 세종문화회관 설명이다.

이 중 ‘마주하고 마주하니’(7월 20∼22일)는 싱크 넥스트의 또 다른 무경계 작품이다. 무대미술을 전공한 연출 이진엽을 중심으로 2009년에 창단한 ‘코끼리들이 웃는다’의 신작이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는 순간의 떨림, 그 안에서 서로의 감각이 깨어나는 찰나를 포착한다. 45명 관객과 45명 배우가 일대일로 마주하는 극장 안에서 관객은 함께 작품을 완성해 나가게 된다. 공연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타인과 나, 내면의 인식적 경계가 서서히 흐려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1인극 ‘문 속의 문’(7월31일~8월2일)은 작가 강남, 작곡가 김효은, ‘붉은 낙엽’과 ‘홍련’의 연출 이준우가 SF거장 조지 웰즈의 단편 ‘벽 속의 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성공한 정치인 웰러스의 사망 사건으로 경찰에 소환된 친구 레드몬드(백은혜·김호영)가 친구 웰러스를 흉내 내며 성공한 정치인의 모습을 연기하듯 진술한다. 그 영상이 재생될 때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레드몬드. 녹화된 ‘가짜 나’와 무대 위 ‘진짜 나’의 대립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과 내면의 진실을 일인극으로 탐구한다.

‘해니, 미스터 크리스’(8월 14~16일)에서는 메가크루 ‘팀 매그놀리아’ 디렉터로 활동하며 집단적 움직임 속 신체적 교감을 이끌어온 안무가 해니, 전 세계를 오가며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해 온 미스터 크리스가 협업해 무대를 만든다.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구성된 30인의 무용수와 함께 대규모 퍼포먼스 ‘우리 OO-LI’를 통해 ‘우리’라는 존재의 의미를 탐구한다. 서울의 집단성을 ‘우리’라는 단어로 상징화하고, 무용수와 관객은 서로의 파장을 교환하며, 개성 있으면서도 일체화된 몸짓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가 탄생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코미디언이자 배우·작가로 대활약 중인 문상훈도 싱크 넥스트 무대에 선다. 8월 22~24일에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자신의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문상훈쇼 500회 기념 특집 공개방송을 70분간 진행한다. 방송 속 세련된 모습과 대비되는 대기실의 현실까지 모두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사회적 이슈를 무대 위 감각적 신체언어로 풀어내는 안무가 김성훈은 8인의 실력파 무용수가 등장하는 신작 ‘핑크’(8월 28~30일)를 공연한다. 현대사회의 폭력성과 억압, 생존의 감각을 마주하는 냉혹한 무대를 연출하여, 우리가 무심코 아름답다고 여겨온 것들 속에 있는 폭력성과 억압의 메커니즘을 들춰낸다. 도살장을 연상케 하는 공간 속 끊임없이 닦이고 씻겨 나가는 피, 지워지지 않는 흔적, 덩어리로서의 몸 등 섬뜩함을 불러일으키는 미장센들은 불편하고 낯선 자극을 통해 관객들에게 오히려 ‘살아 있음’을 강렬히 자각하게 만든다.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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