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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이 임명한 대법관, 보수 대법원과 싸우는 투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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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6 10:36:11 수정 : 2025-07-06 1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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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취임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트럼프 손 들어준 대법원 강력 성토
진보 진영 속에서도 ‘독불장군’ 행보

연방대법원 대법관을 비롯해 모든 연방 판사가 종신직인 미국에서 어떤 대통령은 임기 중 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한 번도 잡지 못한 채 물러나곤 한다. 4년 단임에 그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경우 그래도 새로운 대법관 한 명을 가까스로 대법원에 입성시킬 수 있었다. 진보 성향의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이 주인공인데,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잭슨 대법관의 언행에 미국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22년 2월 미국 연방대법원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판사(오른쪽)가 백악관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를 발탁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옆에서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보수 절대 우위 구도의 대법원에서 잭슨 대법관은 점점 투사와 같이 변해가고 있다. 대법원은 트럼프 1기 행정부를 거치며 보수화가 심해져 현재 대법원장 포함 대법관 9명 가운데 보수가 6명, 진보는 3명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임명된 잭슨, 그리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발탁된 소니아 소토마요르 및 엘레나 케이건 3명의 대법관이 진보 진영을 형성 중이다. 공교롭게도 3명 다 여성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보수와 진보의 가치가 충돌하는 사안에서 잭슨 대법관이 선배인 소토마요르·케이건 대법관과 뜻을 함께하는 대신 독자적 소수의견을 내는 사례가 차츰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는 이른바 ‘기득권에 젖은 대법원’을 경계하는 관점에서 같은 진보 대법관의 의견마저 의심하고 부정하기 일쑤다. 더힐은 기사에서 “잭슨 대법관은 다른 두 명의 진보적인 동료보다 더 멀리 떨어져 있다”며 “심지어 진보적인 동료들을 향해서도 ‘불공정하게 판결하고 있다’는 비난을 가했다”고 지적했다.

 

잭슨 대법관이 쓰는 신랄한 소수의견은 거의 대부분 다수의견에 속한 보수 대법관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도 금지 추진과 관련해 사실상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출생시민권이란 누구든 미국에서 태어나면 시민권을 주는 제도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는 출생시민권을 부여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법원은 대법관 6 대 3 의견으로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동의하는 공화당 인사가 주지사로 있는 28개주(州)에선 출생시민권 금지 정책 시행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2022년 6월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오른쪽 두 번째) 취임을 계기로 미국 연방대법원의 여성 대법관 4명이 모처럼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에이미 코니 배럿, 소니아 소토마요르, 잭슨,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 배럿은 보수, 나머지 3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된다. 로이터연합뉴스

역시나 잭슨 대법관은 다수의견을 강하게 성토하는 소수의견을 내놓았다. 그러자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잭슨 대법관을 겨냥해 “행정부는 뭘 해도 안 되고 사법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린다”며 “극단적”이라고 조롱했다. “대학 입시에서 흑인 등 소수자를 우대하는 정책 폐기는 위헌”이라는 잭슨 대법관의 소수의견을 본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은 “잭슨 대법관은 모든 흑인을 피해자로 규정했다”며 “미국에서 수많은 흑인이 자력으로 성공했으며 위대한 업적을 남긴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직격했다.

 

문제는 잭슨 대법관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는 최소 20년 이상 계속될 것이란 점이다. 미 법조계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 중 70대 고령의 보수 대법관 2∼3명이 용퇴하고 그 빈자리를 40∼50대 젊은 법조인이 채운다면 보수가 지배하는 대법원이 2045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잭슨 대법관으로선 한동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야 할 처지란 뜻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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