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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출판계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한국출판학회 ‘AI와 출판 IP 비즈니스’ 정책토론회 개최

입력 : 2025-07-05 21:11:43 수정 : 2025-07-05 21: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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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한국출판학회는 지난달 27일 ‘AI와 출판 IP 비즈니스’를 주제로 서울 마포구 학지사에서 제25차 출판정책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고 4일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5월 발표한 ‘AI+X 국가전략’과 2025년까지 초거대 GPU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 공식화된 직후라, 이날 발제자와 참석자들은 “AI 도입은 이제 출판계에도 필수”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김진두 회장은 개회사에서 “AI는 이제 출판을 포함한 모든 문화산업의 핵심 인프라”라며 “정부, 산업, 학계가 함께 실행 로드맵을 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발표와 토론은 ‘AI 기술이 바꿔놓은 제작 현장’, ‘저작권과 법제의 공백’, ‘웹소설 IP의 글로벌 확장’, ‘출판사의 조직적 대응’이라는 네 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지난 6월 27일 한국출판학회 주최로 열린 ‘AI와 출판 IP 비즈니스’ 주제 정책 토론회가 끝난 뒤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출판학회 제공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수정 창비 마케팅부 팀장은 실무 데이터를 제시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해 30만 자 분량의 번역을 6시간 만에 끝낸 사례, 교열 시간을 80% 단축한 사례, AI가 만든 표지 시안으로 클릭률을 두 배 끌어올린 사례 등을 소개했다. 한 팀장은 “이제 한 명의 편집자도 기획, 번역, 교열, 디자인의 상당 부분을 완주할 수 있다”며 “다만 AI가 ‘그럴듯한 거짓말’을 할 때 이를 걸러낼 감수 편집 인력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권안젤라 한국저작권연구소 부소장은 올해 초 제정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이 내년 1월 22일부터 시행된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권 부소장은 “법 제31조가 생성형 AI 결과물에 표시 의무를 부과한다”며 “출판사는 AI가 작업한 표지, 삽화, 텍스트를 어디까지 어떻게 밝혀야 하는지 내부 지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습 데이터 면책 범위와 창작자 보상 체계는 시행령 단계에서 반드시 구체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발표자인 웹소설 작가 이홍은 웹소설 생태계를 ‘Start 미디어’로 명명했다. 그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나 혼자만 레벨업』이 국내 플랫폼에서 검증된 뒤 게임, 드라마, 굿즈로 확장된 과정을 설명하며 “실시간 독자 피드백과 회귀, 빙의 같은 하이컨셉이 글로벌 OTT에 매력적인 스토리 원천을 제공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국가 GPU 인프라가 번역·교정 SaaS로 웹소설 시장에 개방되면 수출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안은지 한양대 문화콘텐츠학 박사과정 연구원은 출판사를 ‘Start 미디어’와 ‘End 미디어’라는 두 얼굴로 구분했다. 고즈넉이엔티나 안전가옥처럼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상화를 전제로 IP를 설계하는 곳은 전자, 드라마 대본집이나 영화 각본집처럼 이미 히트한 외부 IP를 책으로 고정해 팬덤의 정서를 아카이빙하는 방식은 후자에 해당한다. 그는 “Start형이든 End형이든 전담 IP 조직과 북펀딩, 전자책 선출간 같은 테스트베드가 없으면 AI 시대 경쟁에서 뒤처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합 토론에서는 세 가지 정책 과제가 참석자들의 주목을 끌었다. 첫째, 국가 AI 컴퓨팅센터의 GPU 자원 가운데 일정 비율을 번역·교정 전용 풀로 배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둘째, 정부가 저작권료를 일괄 보상해 공공 도서 말뭉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됐다. 셋째, AI 생성물 표시 및 저작권 분배를 담은 민관 표준계약서와 워터마크 지침을 올해 안에 마련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이들 사안은 아직 공식 안건으로 합의된 것은 아니지만, 참석자들은 “추진 주체와 세부 방식만 정리되면 정부–산업계–학계 공동 프로젝트로 옮겨갈 수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김진두 회장은 “AI와 IP는 출판의 엔진과 연료”라고 강조하며 “학회는 10월 정기학술대회에서 AI 기본법 시행령(안)에 대한 출판계 공동 의견과 ‘AI×출판 테스트베드’ 가이드를 공개해 정부와 실행 로드맵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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