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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12년 만에 ‘재판관 겸하는 소장’ 인준안 국회 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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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5 14:55:54 수정 : 2025-07-05 14:5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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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헌재소장, 재판관 중에서 임명’ 규정
재판관 아닌 인물을 헌재소장에 기용하려면
‘재판관 겸 헌재소장’ 묶어 인선 절차 밟아야

국회가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김상환 전 대법관의 임명동의안을 접수했다. 12년 만에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겸하는 헌법재판소장(김상환) 임명동의안’이라는 아주 긴 이름의 임명동의안이 등장했다.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진은 대법관 시절인 2018년 12월의 모습. 전직 대법관이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것은 4대 이강국 소장 이후 처음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전날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대통령은 동의안에서 김 후보자에 대해 “각급 법원 판사 및 대법관에 이르기까지 약 30년 동안 다양한 재판 업무를 담당하여 재판 실무에 능통하다”고 밝혔다. 이어 김 후보자가 2002년 및 2008년 2회에 걸쳐 합계 4년간 헌재 연구관 및 부장연구관으로 근무한 이력을 언급하며 “헌법 이론과 재판 실무에 관하여 전문적인 식견과 경험을 갖추고 있다”고 인선 배경을 소개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임명 동의 대상이 그냥 헌재소장이 아니고 ‘재판관 후보자를 겸하는 헌재소장’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표현은 헌정사상 2007년과 2013년 두 차례만 쓰였고 이번이 세 번째에 해당한다. 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되는 경우 제9대 헌재소장이란 점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2006년 12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지명한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에 반대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한 채 농성을 하고 있다. 야당 의원들은 “헌법상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해야 하는데 전 후보자는 스스로 재판관을 그만둬 자격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88년 헌재 창설 당시 노태우 대통령은 ‘재판관을 겸하는’이란 어구를 생략한 채 그냥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냈다. 초대 조규광 헌재소장부터 3대 윤영철 헌재소장까지 다 그렇게 했다. 그런데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 4대 헌재소장을 뽑는 과정에서 ‘탈’이 났다.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에 재직 중인 전효숙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뒤 인선 절차를 진행하려 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111조 4항이 문제가 됐다. 이 조항대로라면 현직 재판관 중에서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경우 이미 보장된 재판관 임기 6년 중 남은 기간만 헌재소장 임기가 된다. 본인이 임명한 헌재소장이 6년 임기를 꽉 채우길 바라는 대통령 입장에선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전 재판관을 일단 자진 사퇴하도록 설득했다. 민간인 신분의 그를 헌재소장으로 임명해 6년 임기를 보장해주려 한 것이다. 그러자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취지의 헌법 조항을 들어 “재판관을 스스로 그만둬 재판관이 아닌 사람이 헌재소장이 되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무현정부는 전 전 재판관을 다시 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일단 현직 재판관 신분으로 만든 다음 그 상태에서 헌재소장 임명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편법에 불과하다’라는 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고 결국 ‘전효숙 헌재소장’ 카드는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

 

대통령실이 4일 국회에 제출한 김상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기존의 헌재소장 임명안에선 볼 수 없었던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겸하는 헌법재판소장’이란 문구를 썼다. 이는 2013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등장한 것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이후 노무현 대통령은 이강국 전 대법관을 새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하고 2007년 1월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겸하는 헌법재판소장(이강국)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판관 겸 헌재소장 후보자라고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헌재소장은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라는 헌법 조문과의 충돌을 피한 점이 특징이다. 6년 뒤인 2013년 1월 이명박 대통령도 이동흡 전 재판관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똑같이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겸하는 헌법재판소장(이동흡)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이 후보자는 국회 반대 속에 낙마했다.

 

2013년 이후로는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에서 ‘재판관 후보자를 겸하는’이란 문구가 빠졌다. 5대 박한철, 6대 이진성, 7대 유남석, 8대 이종석 헌재소장 모두 현직 재판관으로 있다가 헌재소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임기가 6년이 아니고 3년9개월(박한철), 9개월(이진성), 5년1개월(유남석), 10개월(이종석) 등 들쭉날쭉 제각각이다. 이번에 김 후보자가 정식으로 헌재소장에 임명되면 4대 이강국 소장 이후 처음으로 6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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