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말차를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가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카페 메뉴판에서 말차 라떼와 빙수는 물론, 케이크까지 말차가 들어간 제품이 없으면 오히려 낯설 정도다.
제과업계도 발 빠르게 말차맛 아이스크림 등 신제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말차 열풍은 글로벌 트렌드에 비하면 다소 늦게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차(茶) 문화보다 커피 중심의 문화가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 웰빙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국내외 유명인들이 말차를 즐기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이를 모방하는 ‘디토 소비(모방 소비)’가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
블랙핑크 제니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요즘 커피 대신 말차 라떼나 아이스 말차를 만들어 먹는다. 우려먹는 녹차와는 맛이 다르더라”고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팝스타 두아 리파와 할리우드 배우 젠데이아 등 글로벌 셀럽들도 SNS에 말차 음료를 즐기는 모습을 올리며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따라 마시면 나도 건강해질까?”…말차에 빠진 MZ세대
국내에서 말차 열풍의 신호탄을 쏜 것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지난 3월 봄 시즌 대표 메뉴인 슈크림 라떼를 말차 버전으로 재해석한 ‘슈크림 말차 라떼’를 출시했다. 기존 슈크림 라떼 출시 이후 9년 만에 선보인 새로운 봄 시즌 메뉴로, 출시 2주 만에 200만잔 이상이 팔리며 흥행을 입증했다.
제과업계도 속속 말차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월드콘, 설레임, 티코 등 인기 아이스크림의 말차맛 버전을 출시했고, 지난 5월에는 유명 베이커리 카페 청수당과 손잡고 말차맛 한정판 빼빼로, 빈츠, 아몬드볼을 선보였다. 해태제과는 지난 2월 딸기크림과 말차 슈를 결합한 ‘홈런볼 말차딸기’를 내놨고, 오리온도 초코파이를 말차 맛으로 재해석한 ‘초코파이 말차 쇼콜라’를 출시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말차 수요가 폭증하면서 일본 등 주요 생산국을 중심으로 공급난도 현실화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말차 전문 카페 ‘케틀티(Kettl Tea)’는 전체 25종의 말차 메뉴 중 4종을 제외하고 모두 품절 상태다. 케틀티 창립자 잭 맥건은 “말차는 깊은 향과 선명한 색, 부드럽지만 각성 효과가 있는 특징 덕분에 지난 10년간 인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며 “특히 최근 1년 새 시장 규모가 거의 2배 가까이 커져 더는 물량을 공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요 산지인 일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일본 농림수산성에 따르면 2024년 일본에서 수출된 녹차 8798t 중 절반 이상이 말차였다. 이는 10년 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일본 사이타마현 사야마시에서 15대째 차 사업을 이어온 오쿠토미 마사히로는 “세계가 말차에 큰 관심을 가져주는 건 기쁘지만, 단기간에 수요가 몰리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수급이 어려워 당분간은 신규 주문을 받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말차 인기가 단순한 식품 트렌드를 넘어 건강과 자기관리, 라이프스타일 전반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말차는 항산화 효과와 카페인 대비 부드러운 각성 작용 등 웰빙 요소를 갖춘 식재료로, SNS를 통한 글로벌 셀럽들의 콘텐츠와 결합해 ‘디토 소비’를 자극하고 있다”며 “커피 중심의 국내 카페 문화 속에서도 ‘나를 위한 건강한 한 잔’을 찾는 흐름이 강해지며 말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급 불균형 장기화 가능성…“국산 녹차의 기회 될 수도”
또한 “산업적 측면에서도 말차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갖춰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 과자류, 베이커리 등 다양한 분야로의 확장성이 높다”며 “식품업계가 시즌 한정판, 협업 상품 등을 통해 소비자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략이 유행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급증한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일본 등 주요 산지의 원재료 수급 불균형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난은 말차 제품의 가격 변동과 품질 유지, 지속 가능성 등 다양한 과제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기업들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와 동시에 국산 녹차의 고부가가치화를 모색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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