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그제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일한 주체가 동시에 가지면 안 된다는 점에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문재인정부 때만 해도 검사의 수사권 분리에 대해 반론이 꽤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별로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기소를 위해 수사하는 나쁜 사례가 더 악화했다”며 “검찰 개혁 필요성이 더 커진 것은 자업자득”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경선 후보들이 ‘추석 전 검찰 개혁 완수’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선 “제도 자체의 얼개를 그때까지 만드는 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대통령이 검찰 개혁 방향·시기에 대해 직접 언급한 건 취임 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비교섭단체 5당 지도부 오찬 회동에서도 “내가 ‘정치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라며 차질 없는 검찰 개혁 의지를 피력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 말마따나 지금은 누구도 검찰 개혁의 당위성을 부정하기 어렵다. 검찰이 정치적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망신 주기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 고질적 폐해에서 벗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히 윤석열정부 들어선 대통령 부부 의혹에 대한 부실·축소 수사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만 해도 재수사에 나선 서울고검이 의혹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을 한 달 만에 확보했다. 지난 4년간 수사에서는 “없다”던 증거물이었다.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판단하고 불기소 처분했다. ‘살아 있는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봐주기 수사한 것 아닌가. 서울남부지검은 의도적인 언론플레이, 별건 수사, 이슈 몰이식 수사를 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정권 입맛에 맞는, 편향적 수사를 하는 정치검찰을 뿌리 뽑아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수사권·기소권 분리는 대한민국 수립 이후 76년간 이어져 온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도 검토보고서에서 “검찰 개혁 4법(검찰청법 폐지법·공소청 설치법·국가수사위원회 설치법·중대범죄수사청 설치법)의 일부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가 졸속 검경 수사권 조정을 강행한 결과, 경찰 업무가 가중되고 수사 기간이 지연돼 국민 피해가 커졌다는 점도 상기해야 한다. 일반 형사사건 처리 기간이 1.5배로 늘어났고 사기·횡령·배임 등 민생 범죄의 경찰 처리 기간도 15% 이상 늘었다. 수사권 조정 결과가 이 정도인데 수사·기소권 분리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일본·프랑스 등은 검찰의 수사 지휘·감독을 인정하고 있고, 미국은 연방 및 주 검찰이 수사도 한다.
검찰 개혁의 결과로 거악(巨惡)이 더 설치고, 모든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는 일이 벌어져선 결코 안 된다. 검찰 개혁이 성공하려면 정책 세부 구조가 정교하고 빈틈이 없어야 한다. “3개월 이내에 검찰을 해체하겠다”는 여당 대표 경선 주자들의 주장은 무모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앞선 정부에서 성급하게 추진했던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 경찰국 설치 등 수사 개혁 조치가 큰 부작용을 남긴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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