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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스트레스로 극단 선택한 근로자…재해보상 산정 기준 분분 [슬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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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05 23:00:14 수정 : 2025-07-05 23: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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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에 이의 제기
항소심 재판부 “결근 기간 포함해 계산 안 돼”
#“차량 충돌 사고 처리로 너무 힘들다” 계약직 운전원으로 근무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지 얼마 안 된 A씨는 배우자에게 이런 문자를 남기고 종적을 감췄다. 회사 출근도 하지 않은 채 연락 두절 상태였다. 며칠 뒤 A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됐다. 문제는 재해보상의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 산정 시점이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망일부터를 평균임금 산정 사유 발생일로 봤다. 유족 측은 이 같은 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업무상 재해로 근로자가 사망하면 유족에게 산재보험 급여가 지급된다. 자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과로·직장 내 괴롭힘 등 업무 관련성을 인정받으면 유족급여를 산정하게 된다. 

 

A씨와 같은 사건은 2021년 6년 발생했다. 당시 고인은 2021년 6월12일부터 결근했고, 6월18일 생을 마감했다. 근로복지공단은 무단결근한 12일부터 사망 전날인 17일까지를 산정일 일부로 포함했다. 이 기간 회사에 무단결근했다는 점을 들어 6일간 임금을 공제한 것이다. 1일 평균임금 6만9009원을 기초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결정했다.

 

유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해당 평균임금이 통상임금 8만8000여만원보다 적다는 점을 지적했고 산정 사유 발생일을 사망한 날이 아닌 가출한 날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받았을 1일 평균임금 9만6000여원 수준으로 유족급여 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 결과는 1·2심이 엇갈렸다. 1심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으나, 지난해 12월 항소심 재판부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2심 법원은 A씨의 결근이 업무상 스트레스 때문이고, 이로 인한 결근 기간을 포함해 평균임금을 계산하는 것은 평균임금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52조는 재해보상을 하는 경우 ‘사망 또는 부상의 원인이 되는 사고가 발생한 날’을 평균임금 산정 사유가 발생일로 규정한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근로자가 정신 이상 상태에 빠진 시점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근로자가 업무상 사유로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때문에 근로 제공을 제대로 못 하고, 그 결과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평균임금 산정 기간에 기간제 신분 기간까지 포함해야 한다고도 했다. 평균임금 산정은 근로자의 근로 실태에 따라 실질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기간제 근로기간 뒤 곧바로 정규직 전환돼 같은 회사와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생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기간제 신분 기간까지 포함해 3개월로 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지평은 ‘2024년 주요 노동판례·행정해석집’에서 이 판결에 대해 “업무상 스트레스로 극단 선택을 한 근로자의 평균임금 선정 사유 발생일의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발생일을 ‘근로자가 정신 이상 상태에 빠진 시점’으로 봐야 한다는 기준이 생긴 셈이다. 다만 해당 판결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상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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