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청문회 위증 의혹 보도도 게시
파월 “통화정책, 원칙대로” 입장 고수
감세안 통과 앞두고 경제 우려 확산
트럼프, 파월 사임 압력 더 강화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기준금리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또다시 사퇴 압박을 가했다. 이번엔 파월 의장이 지난달 의회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까지 함께 거론했다. 논란이 분분한 자신의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금리 인하에 파월 의장이 좀체 응하지 않는 데 따른 초조한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너무 늦음’(Too Late)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썼다. ‘Too Late’는 금리 인하에 즉각 나서지 않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비난하며 붙인 별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이미 여러 차례 파월 의장에게 거친 언사와 별명 등을 동원하며 금리 인하를 종용해왔다. 그러나, 이날 게시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발언과 함께 공유한 기사로 인해 더 큰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링크를 올린 기사는 파월 의장이 지난달 26일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 출석해서 한 증언 도중 거짓말을 했다면서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이사가 의회에 관련 조사를 촉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풀테 이사는 파월 의장이 워싱턴에 있는 연준 본부 보수공사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답할 때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사 공유를 통해 파월 의장에게 조사가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게 더 강한 금리 인하 압력 행사를 시작하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되어야 한다”며 압박했으나 당시 금융시장에 충격이 번지자 해임 관련 발언을 철회한 바 있다. 그러다 최근 파월 의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판이 다시 거세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공개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차기 연준 의장 자리에 “금리를 낮출 수 있는 사람을 앉힐 것”이라고 말했고, 30일에는 파월 의장을 향해 기준금리를 1%대로 내려야 한다는 자필 메모를 직접 공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압박에도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결정을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대로 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그는 1일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중앙은행 정책포럼에서 관세 정책 영향으로 금리 인하가 어려워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직격하기도 했다.
대규모 감세안의 의회 통과를 앞두고 제기되는 미국 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로 인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금리 인하 압력을 다시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감세안을 포함한 트럼프 대통령의 세법인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OBBBA)은 최근 상원을 통과해 하원의 재의결을 앞두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3일 OBBBA에 대한 ‘절차 표결’을 진행해 찬성 219표, 반대 213표로 가결 처리했다. 절차 표결은 발의된 법안을 토론, 표결 등 다음 절차로 상정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다. 시행이 눈앞에 다가오며 법안이 경제에 미칠 우려도 확산하는 중이다. 로이터통신은 1일 “상당수 분석가들은 만약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미국 경제가 재정적자 확대, 금리상승, 경제 활력 감소, 부채 증가 등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상호관세 유예기간도 끝나가며 미 경제에 관세 영향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야심차게 추진한 경제 정책이 만들어낸 이 같은 우려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정책 시행과 함께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를 충족시켜야 할 필요성이 절실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파월 의장에 대한 사임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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