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
與 “코스피 5000시대 열 것” 환호
빠진 집중투표제 등 공청회 채비
“주주 보호 입법 계속” 의욕 표출
野,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저지
1400만 개미 표심 고려한 ‘고육책’
경제8단체 “아쉽게 생각” 입장문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등 촉구도
이사의 충실 의무를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이 3일 여야합의를 거쳐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소액 주주 권리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법안이 통과되면서 여당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국민의힘 의원 절반은 반대 또는 기권표를 던지며 재계 우려를 대변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상법 개정안을 상정해 재석 272명 중 찬성 220명, 반대 29명, 기권 23명으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명문화와 상장회사의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 주주 권익을 보호하는 내용이 담겼다. 핵심 쟁점이었던 ‘3%룰’(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합산 지분 의결권 3% 제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조항도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모든 감사위원 선출시 ‘3%룰’이 적용된다. 사외이사 명칭도 독립이사도 변경됐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상법 개정안 통과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상법 개정은 경제개혁의 시작”이라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규칙이 지켜지는 공정한 시장을 만들어 코스피 5000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앞서 상법 개정안은 지난 4월 대통령권한대행인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달 △3%룰 확대 △독립이사 전환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을 추가해 더 강력한 안을 재발의했다. 대주주 영향력을 제한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과 재계의 반발에 민주당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관련 2개 조항에 대해 이달 공청회를 열고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법안 통과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상법 개정은 시작에 불과하다. ‘더 센 상법’은 아직”이라며 “합병·분할 등 조직개편 과정의 주주 보호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 주식시장의 감독행정 강화 등에 대해서도 계속 입법을 추진해가겠다”고 밝혔다.

당초 상법 개정안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막판 입장을 뒤집고 합의에 나섰지만, 당내에선 반발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표결에서 반대·기권표는 모두 국민의힘 의원들이 던졌다. 성일종 의원은 “소액주주 권리 보호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의 경영은 지나치게 위축되고 방어적인 경영에만 치중하게 돼 향후 국가경제에 치명적 해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3%룰 강화에 반대 기류가 강했지만, 여당과의 협상 과정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등을 막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주식투자자가 1400만명을 넘어가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현실론도 제기된다.

경제8단체는 이날 공동입장문을 통해 “경제계는 상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본시장 활성화와 공정한 시장 여건의 조성이라는 법 개정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이사의 소송 방어 수단이 마련되지 못했고, 3%룰 강화로 투기세력 등의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경제 8단체는 이어 △경영판단원칙 명문화 △배임죄 개선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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