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서 밭일 나선 80대 사망 등
온열질환자 하루에 100명 발생
닭·돼지 등 가축 폐사도 이어져
지자체별 TF 가동해 대응 만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폭염이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자와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고온다습한 날씨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농업인들이 논밭에서 일하다 잇따라 쓰러져 숨지는 사례도 빈번해 농촌 고령인구를 중심으로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3일 전북 고창군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4시8분 밭일을 하던 84세 여성이 쓰러져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 당시 고창 지역의 낮 최고기온은 33.8도를 기록했고, 지난달 27일 발효된 폭염특보는 닷새째 유지 중이었다. 전북에서는 전날 오후 4시까지 모두 41명이 응급실을 찾았는데, 더운 날씨에 논밭에서 일하는 농민과 제조업장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가 대부분이었다.
지난달 29일에는 경북 봉화와 경남 진주에서도 폭염특보 속 논밭일을 하던 8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심정지로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지난해보다 한 달가량 이른 시점에 하루 100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질병관리청은 집계했다. 지난달 28일부터 나흘 연속 50명대를 유지하다가 전국적으로 폭염특보가 내려진 전날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 2명도 포함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전국 500여개 응급실을 대상으로 온열질환 감시체계가 가동된 5월15일부터 이달 1일까지 온열질환에 따른 의료기관 이송 인원은 388명으로 2022년(174명)의 2배를 넘어섰다. 2023년 200명, 지난해는 301명으로 최근 4년간 증가세다. 같은 기간 구급 대원 출동은 총 458건으로 경북이 69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60건), 전북(55건), 충남(46건), 전남(37건) 등의 순이다.
폭염은 사람뿐 아니라 가축 피해도 양산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최근 3일간 닭, 오리, 돼지 등 3만4674마리가 폐사했으며, 충북에서도 1만1346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자치단체들은 폭염 대응 전담팀(TF)을 가동해 취약계층에 대한 방문 건강관리, 무더위 쉼터 운영, 그늘막 및 살수차 확대 등 대응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전국 최초로 시행한 ‘기후보험’을 통해 온열질환자 66명 중 13명에게 보험금을 지급했다. 부산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숙인, 쪽방촌 거주자 등 경제적 민감대상자에게 에너지바우처를 지급하고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
바깥 작업이 많은 조선업계에서도 폭염 대책을 내놨다. 울산지역 HD현대중공업은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 오전 10시와 오후 3시에 있던 휴식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늘린다. 에어컨을 튼 이동식 버스 휴게시설 4대가 점심시간과 오후 휴식시간 현장 곳곳을 돌며 근로자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온열질환자의 급격한 증가는 폭염 빈도, 강도와 직결되고 무더위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라며 “물을 자주 마시고, 실외 활동은 가급적 피하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등 개인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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