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과 갈등 극복하는 이념으로 확산 주목
로마제국 등 역사적 사례 제시 당위성 강조
‘서열·기득권’ 중심 韓사회 실천 과제로 역설도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시대가 온다/ 정현천/ 트로이목마/ 2만1000원
요즘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주목받고 있다. 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라는 개념으로,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회가 진정한 민주주의와 지속가능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해 유념해야 할 핵심적 가치로 간주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연방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DEI 프로그램을 종료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대적으로 DEI 프로그램 폐지에 나서며 구글과 메타, 아마존 등이 DEI 프로그램을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반기를 든 기업도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바탕으로 세상에 힘을 실어주는 제품, 서비스, 인력을 구축하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업이라고 믿는다며 행정명령 거부 의사를 밝혔다. 애플도 주주총회에서 DEI 프로그램을 폐지하라는 안건을 부결시켰다. 세일즈포스, 코스트코, 엔비디아와 오라클 등의 기업에서는 여전히 DEI 가치를 중시한다고 밝혀 DEI의 개념이 세삼 주목받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차별과 갈등 분열을 극복하는 DEI 개념은 개인과 사회국가의 존망이 걸린 사안으로, 모두에게 이로운 개념으로 자리 잡았고 앞으로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DEI의 가치를 구현해 성공하고, DEI에 반하는 분열과 대립을 일삼다 몰락한 역사적 사례들을 제시한다.

“로마제국은 원래 조그마한 도시국가에서 출발했다. 로마인들은 여러 이탈리아 종족과의 전투에서 이긴 후 정복한 적들의 도시를 파괴하거나 약탈하는 대신 평화조약을 제시해 로마에 편입시킴으로써 군사력과 경제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빠른 시간에 지중해의 패자가 되었다. 로마는 황제의 제위를 세습하지 않고 원로원 의원 중에서 가장 유능한 인물을 황제로 지명했는데, 카이사르를 비롯해 5현제 중 3명은 이방인 출신이었다. 이들은 로마에 아무런 연고가 없이 오로지 능력만으로 황제까지 되었다. 로마는 지도층뿐 아니라 경제 및 군사의 각 영역에서도 이민족들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중략) 로마인들이 세계의 주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민족들과의 싸움에서 이겼을 뿐 아니라, 더 나은 관습이 눈에 띄기만 하면 서슴지 않고 이민족들의 재능을 활용하면서 그들이 로마인으로서 차별 없이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도록 한 덕분이다.” (87쪽)
“미국 링컨 대통령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들의 동기와 욕망을 이해할 줄 알았고, 대의를 위해서라면 개인적인 원한이나 굴욕, 고통을 초월할 줄 알았던 비범함을 갖추고 있었다. 링컨 행정부의 장관들 면면을 보면 링컨의 포용력과 대단한 리더십을 알 수 있다. 링컨 행정부의 국무장관 윌리엄 H. 슈어드, 재무장관 새먼 P. 체이스, 법무장관 에드워드 베이츠는 대통령 후보 지명을 위한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링컨과 경쟁하던 사람들이었다. 또 해군장관 기디언 웰스와 우정장관 몽고메리 블레어는 민주당 출신이었으며, 전쟁장관으로는 공화당 전당대회 경쟁자 중 한 명이었던 사이먼 캐머런과 민주당 출신의 에드윈 M. 스탠턴이 차례로 수행했다. (중략) 링컨은 라이벌들을 한데 모아 역사상 가장 기이한 내각을 구성하고 연방의 보전과 전쟁의 승리를 위해 그들의 재능을 결합해냈다.” (110쪽)
저자는 친분관계가 좋은 사교집단의 투자 클럽보다 친분관계가 전혀 없는 투자 클럽이 성과가 좋은 이유, 근친교배와 집단유전의 폐해 등의 사례도 제시하며 DEI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특히 외형적 동질성, 서열 중심 문화, 기득권 중심 구조가 강고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은 ‘미래 담론’이 아니라 당장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역설한다. 아울러 △매너리즘 △편견과 고정관념 △독단(도그마) △오만함(휴브리스) △연고주의 △서열과 순서 매기기 △동조화 △완벽주의를 ‘DEI를 방해하는 8가지 덫’으로 규정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더불어 이런 방해를 극복하고 진정한 DEI 실행을 해 필요한 가치로 △자아 확장 △여유와 기다림 △호기심과 회의 △역지사지 △경청과 관찰 △능동성과 유연성 등을 생활 속에 구현할 때 개인이나 사회, 국가가 더 성장하고, 번영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책은 독자들에게 ‘나는 얼마나 타인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있는지, 나의 조직은 얼마나 포용적인지’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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