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유예기간 만료인 8일(현지시간)을 엿새 앞두고 2024년 기준 무역 적자 3위 국가인 베트남과 무역 합의를 도출했다. 아시아 국가와의 합의는 처음이다. 미국 연방 하원의원 43명은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법 문제를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나서 한국과 미국이 진행 중인 무역 협상의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대화 후 베트남과 막 무역 합의를 했음을 발표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적었다. 합의안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영토로 들어오는 모든 베트남산 상품에 대해 20%의 관세를 부과하고 환적(제3국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 상품에 대해서는 40%의 관세를 부과한다. 환적 상품은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책사’ 피터 나바로 백악관 수석 고문은 지난 4월 베트남을 “근본적으로 공산주의 중국의 식민지”라고 규정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달 베트남에 대해 46%의 상호관세율을 책정한 바 있다.
관세 완화를 대가로 베트남은 미국 상품을 무관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베트남은 또 지식재산권 침해와 같은 비관세 장벽 문제도 다루기로 했으며 가금류, 돼지고기, 소고기를 포함한 농산물과 불특정 공산품에 대해 우선적 시장 접근권을 미국에 제공하기로 했다. 양국 공동성명 초안에는 베트남이 미국 기업 보잉의 항공기 50대를 80억 달러(약 11조원)에 도입하기로 한 것, 미국 농산물 29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상당을 구입하기로 한 양해각서(MOU)를 확인하는 내용도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미국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또는 대형 엔진 차량이 베트남으로 수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베트남과의 무역 협정 타결 발표 이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의류 브랜드인 나이키와 룰루레몬 모두 장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베트남 주가 지수는 이날 최대 0.5% 상승 2022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한편 한국과 미국이 진행 중인 협상에선 플랫폼법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소속으로 하원 세입위원회의 무역소위 위원장인 에이드리언 스미스 네브래스카 의원, 같은 당 캐럴 밀러 웨스트버지니아 의원 등 연방 하원의원 43명이 트럼프 행정부에 한국의 플랫폼법 관련 서한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플랫폼법에 대해 “유럽연합(EU)의 노골적으로 차별적인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하며,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약화하고 성공적인 미국 기업들을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된 이질적인 법적 기준과 집행 기준을 부과할 것”이라며 “한국은 보호주의 목적을 달성하고 차별적인 정책 결과를 촉진하기 위해 오랫동안 경쟁법을 이용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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