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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본연의 역할 변해선 안 돼”… 심우정 총장의 뼈 있는 퇴임사

입력 : 2025-07-02 18:51:30 수정 : 2025-07-03 14: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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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퇴임식 등서 이례적 작심 발언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가 백년대계로”
李정부 검찰개혁 일단 총장 없이 시동
총장 후보 추천만 통상 1∼2개월 걸려
수장 공백에 법무장관 등이 추진할 듯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퇴임하기 전 마지막 출근길에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가 백년대계로 설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이재명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우려를 표한 것이다. 퇴임하는 검찰총장이 새 정부의 주요 공약에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건 이례적이다. 통상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만 1∼2개월이 걸리는 만큼 검찰개혁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취임하는 대로 일단 검찰총장 없이 ‘개문발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박수를 받으며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법무부에 사의를 표명한 심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범죄를 처벌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의표명 소식이 알려진 전날 낸 입장문에서도 검찰개혁에 대해 “시한과 결론을 정해 놓고 추진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많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평소 온건하고 신중한 스타일이란 평가를 받는 심 총장이 연이틀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심 총장은 오전 10시부터 비공개로 진행된 퇴임식에선 “검찰 본연의 역할이 변해선 안 된다”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옳은 길이 아니다”고 정부의 검찰개혁 방향에 반대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을 없애고 기소(공소제기) 역할만 담당하는 가칭 ‘공소청’과 그간 검찰이 맡아온 중요 사건들을 수사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의 검찰개혁 법안을 발의했다.

 

이와 관련해 심 총장은 “큰 변화의 물결 속에 검찰 역시 겸허한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봐야 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먼저 고치고 변화할 부분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형사사법 시스템이 충분한 연구와 시뮬레이션 없이 변화됐을 때 어떤 부작용이 생기는지 이미 보았다”고 주장했다. 문재인정부 때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하다 형사사건 처리기간이 길어지고, 중대 범죄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심 총장은 “검찰의 공과나 역할에 대해 비판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검찰이 범죄로부터 우리 공동체를 지켜내고 사회 정의와 질서를 세우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지혜와 국민의 목소리를 꼼꼼히 경청해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 나라에,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가장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가 마련되기를 간곡히 바란다”고도 덧붙였다.

 

윤석열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지난해 9월16일 취임한 심 총장은 임기를 11개월여 남겨둔 상황에 사의를 표했다. 검찰개혁 추진을 내세운 이재명정부가 들어서고, 법무부 장·차관과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등의 인선이 확정되자 더는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을 내려놓기로 한 것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차량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함께 사의를 표명한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도 이날 검찰 내부망에 올린 사직 인사에서 “수사·기소 분리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검찰개혁의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법조인으로서 아무리 고민해봐도 수사·기소 분리는 논리적·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면서 “시스템을 망가뜨리는 것(지난 수사권 조정으로 사건처리 지연, 진실규명 실패 등)은 쉽지만 복원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는 검찰개혁에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심 총장의 마지막 호소와 궤를 같이 한다.

 

심 총장이 떠나면서 검찰은 노만석 신임 대검 차장이 당분간 이끌게 됐다. 검찰총장 후보추천위 구성부터 최종 임명까지는 빨라야 1개월가량, 통상 2개월 정도 소요된다.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이 검찰개혁 속도전을 예고하고 있는 만큼 개혁 초반 논의는 개혁 대상인 검찰의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 안팎에선 후임 검찰총장 후보로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구자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이 거론된다. 박 고검장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아 내란 혐의 수사를 지휘했다. 그는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박 고검장의 부친은 박순용 전 검찰총장이다. 구 연구위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법무부 대변인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요직을 지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한직으로 분류되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됐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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