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후 6개월∼1년 걸려
일부 진료과는 최장 3년 대기도
“소아마취 인력난… 성인 수술 몰려”
2일 오전 서울 ‘빅5’ 병원 중 한 곳인 A병원에서 김민성(4·가명)군의 심방중격결손 수술이 진행됐다. 심장에 난 구멍을 막아주는 수술이다. 지난 3월 병원 첫 방문 이후 4개월간의 기다림 끝에 받은 수술이었다. 김군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같은 날 같은 병원에서 폐동맥협착으로 판막치환술을 받을 예정이던 이정후(8·가명)군은 예정됐던 수술이 당일 갑자기 연기됐다. ‘전폐정맥연결이상’ 진단을 받은 생후 68일 아기의 응급수술이 급작스레 결정되면서다. 소아 심장 수술 일정이 내년 초까지 꽉 차 다음 수술 일정조차 잡지 못한 이군 부모는 속이 탈 수밖에 없었다. 의료진은 “이 아이의 수술을 잡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아이의 수술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생후 3개월 D군도 올초 심실중격결손 소견으로 이 병원에 진료를 예약하려 했지만 “접수를 받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 D군은 5군데 병원에 대기를 걸어놨다가 지난 6월말 한 병원에서 “겨우 자리가 났다”는 연락을 해 4개월 만에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의정갈등’ 이후 중증질환인 소아 수술의 대기기간이 대폭 길어지면서 가뜩이나 힘든 환아와 가족들의 고통이 말이 아니다. 과거 2개월 이내 이뤄지던 소아 심장 수술의 대기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으로 늘어나고 일부 진료과는 최장 3년 대기까지 발생하고 있다.
이날 소아마취학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각 병원의 소아 수술 대기기간을 조사한 결과, 서울 지역 소아 심장(흉부외과), 소아신경외과 등 중증질환 수술을 위해 6개월∼1년가량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 심장은 서울 ‘빅5’ 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중 한 곳만 제외하면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년으로 나타났다. 소아 안과, 소아 정형외과, 소아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수술을 위해서는 대부분 1∼2년 대기해야 했다. 지방의 사정도 비슷했다. 충청 지역은 소아 안과 수술이 5∼6개월, 경상권도 모든 질환에서 1개월∼1년 대기가 필요한 것으로 나왔다.
지방의 사정도 비슷하다. 충청 지역은 소아 안과 수술은 5∼6개월, 경상권도 모든 질환에서 1개월∼1년 대기가 있었다. 제주의 경우 탈장과 사시, 편도절제 등 간단한 소아수술만 가능하고 그마저도 1∼2개월 대기해야 한다.
소위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외래진료의 경우 의정갈등 이전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75%에서 회복 못하는 것이 수술”이라며 “마취과 인력이 부족해 수술방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외래진료의 경우 의정갈등 이전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75%에서 회복이 안 되고 있는 분야가 수술”이라며 “마취과 인력이 부족해 수술방을 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의정갈등 전후를 비교할 때 성인 심장 수술은 대기기간이 6개월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반면, 소아 심장 수술은 기존 2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소아 수술보다 성인 수술이 다양한 비급여로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소아 마취 전문의들이 소아 수술 대신 성인 수술에 더 많이 투입된 탓이다.
또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최근 3∼4년 사이에 대학병원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대거 빠져나갔다. 마취통증의학과는 인기진료과이지만 소아마취는 기피 분야에 속해 소아 수술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인경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가 지난 3월 소아마취학회 정회원 대상 설문조사(159명 응답)에서 진료의 50% 이상을 소아 마취로 담당하는 전문의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게다가 10년 내 정년 퇴임으로 소아 마취 전문가는 10% 정도 줄어들 전망이다.
임병건 고려대의대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소아 마취는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기피 분야 1, 2위를 다투는데 과도한 법적 책임과 열악한 수가 체계로 인한 악순환이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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